엉뚱한 방향으로 논란 확산되는 것 원치않는듯

정부의 세종시 수정추진에 반대하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입장 수정을 요구하는 테러 위협이 가해진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주목된다.

1일 경찰과 박 전 대표측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여의도 국회 사무실에 지난달 23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세종시 수정안에 계속 반대하면 신변에 위협을 가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편지가 배달돼 박 전 대표측이 서울 종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사건은 3년여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표에 대한 테러 사건을 연상케 한다.

박 전 대표는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을 오르려다 지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찔려 입원한 적이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정치적 배후 의혹을 제기했고 그 사건 이후 박 전 대표에 대한 경호도 강화됐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은 이번에 발생한 테러 위협에 대해서는 대응 자체를 삼가고 있다.

수사 의뢰도 박 전 대표의 지시가 아니라 보좌진 선에서 조용히 이뤄졌으며, 사건이 공개된 것도 경찰 측을 통해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단순한 형사 사건일 뿐, 정치적으로 해석되길 원치 않는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박 전 대표가 거듭 세종시 수정반대를 밝혔고 이러한 입장을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이상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논란이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철저하게 수사해서 누구의 소행인지를 밝혀내면 그뿐이지, 쟁점화할 일이 아니다"면서 "이런 협박편지를 보낸다고 박 전 대표의 입장이 변할 리 만무한 만큼, 의연하게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이 시점에 협박 편지가 와서 비서실 차원에서 경찰에 신고했던 것일 뿐"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경호를 강화하거나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낮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한나라당 김학송 국방위원장 주최로 열린 `안보단체 초정 간담회'에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상임위가 보건복지위인 박 전 대표가 이 자리에 참석한 데 대해 평소 안보 문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전 대표측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진영내 이견을 염두에 둔 `보수진영 끌어안기'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박 전 대표는 간담회장에 20분 가량 머물렀지만, 세종시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