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언제까지" 분통..산업계도 불만고조

전국철도노조의 무기한 파업이 닷새째로 접어들며 장기화조짐을 보이자 승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꽉 묶였던 화물열차 운행횟수는 다소 늘어 일부 활기를 되찾았지만 물류수송 차질이 여전해 산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경부선, 경인선, 안산선, 일산선, 분당선, 중앙선 등 수도권 전철 6개 노선은 이날 예정된 1천848회 모두 투입됐지만 대체 인력 등의 운전 미숙 등으로 일부 열차는 지연 운행됐고 역사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증가하면서 출근 열차도 평소보다 눈에 띄게 붐볐다.

이날 병점역~범계역까지 전철 1, 4호선을 이용해 출근한 송모(29)씨는 "1호선은 앞의 전동차가 조금 밀렸는지 운행이 5분 정도 지연됐다"며 "파업이 며칠째냐. 도대체 언제까지 아침마다 지각할까 조바심을 내야 하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경인전철 이용객들도 계속되는 불편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구로역에서 동인천행 급행열차를 이용해 동인천역에 도착한 직장인 김모(27.여)씨는 "열차가 제 시간에 오지도 않은 데다가 역 하나를 지나는데 5~10분씩 걸리는 경우도 있어 평소보다 25분이나 더 걸려 출근했다"면서 "지하철은 서민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인데, 언제까지 서민을 볼모로 파업을 계속할 건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안역에서 영등포역까지 출퇴근하는 박모(33)씨는 "의자에 앉지 못하고 서서 출근하다보니 아침부터 피로가 쌓인다"면서 "게다가 운전이 미숙한 대체인력까지 투입됐다고 하니 안전사고가 일어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다"라고 말했다.

일부 전철 이용객들은 철도 파업에 따른 혼잡을 예상, 버스와 승용차 등을 이용했만 월요일 출근길이라 교통 체증이 심해 지각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운행횟수가 크게 줄어든 새마을.무궁화호 열차 이용객들의 불만도 크다.

이날 부산역에서 만난 이모(48.여) 씨는 "서울에 가기 위해 새마을호를 타려고 나왔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도 비싼 KTX 표를 끊었다"며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난리인데 언제까지 파업할 건지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서모(30)씨는 "철도노조는 파업의 명분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잘 나가는' 공기업 파업에 시민들의 시선이 따가운 게 사실"이라며 "수출입 화물 운송 차질과 여객 불편을 생각해서라도 노사가 다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승객 박모(37)씨도 "철도공사가 열차운행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요금이 비싼 KTX는 100% 운행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운행을 집중적으로 줄였다"면서 "승객의 선택 여지가 좁은 와중에 자기들 수입을 늘리려는 꼼수로 보여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수도권 물류기지인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의 철도 계획 운송률도 46%에 그치는 등 차질이 계속됐다.

제1터미널 한 가운데를 지나는 철로 인근 야적장 27만4천여㎡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컨테이너가 4∼5단 높이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야적장에서 만난 한 물류회사 관계자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철도노조 파업에다 물동량이 많은 연말까지 겹쳐 화물차량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부산지역의 한 수출업자도 "화물열차 운행이 줄어 선적 날짜를 맞추기 어려워 수출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육상운송 수단을 찾고 있긴 하지만 운송료가 크게 올랐고 그나마 구하기도 어려워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원.대전.부산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jchu20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