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이 민간 주택건설사업자의 토지 강제수용권(매도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내준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은 투기적인 '알박기'를 엄격히 구분해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판결은 민간 사업자에게 제한적으로 강제수용권을 허용한 주택법 매도청구권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수원지법 행정2부는 민간 건설사업자 J건설에 땅을 강제매각해야할 상황에 처한 조모씨가 화성시를 상대로 낸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화성시는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현행 주택법상 매도청구권 조항에 따라 민간 주택건설사업자가 사업부지의 80% 사용권을 확보하면 현 지주가 매입한 지 10년 이전의 땅만 매도청구할 수 있고 95% 사용권을 확보하면 나머지 5%를 아무런 제한없이 매도청구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알박기 방지 차원에서 국가와 자치단체, 공기업 뿐 아니라 민간 사업자에게도 사유지를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투기적인 토지거래를 막고 안정적인 주택공급 위해 2005년 주택법을 개정해 도입했다.

반면 알박기 목적이 없는데도 민간 사업자의 무분별한 매도청구권 행사로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유권을 잃게 돼 헌법상 재산권이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토지주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에서 "민간 건설사업자가 사업부지의 80% 이상을 확보한 상태에서 통상 시장가격보다 낮은 감정평가액에 나머지 20%의 토지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알박기와는 정반대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자치단체가 민간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할 때 법적 매도청구권 요건만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토지주의 이익을 엄격히 심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 조씨가 수년 전 개발 목적으로 상당한 면적의 땅을 매수했기 때문에 알박기 목적으로 매도요청을 거부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조씨의 땅이 사업부지의 가장자리에 있고 전체 사업부지의 12.3%를 차지해 조씨 땅을 빼고도 1천 가구 이상의 아파트단지를 건설할 수 있으며 인근에 공기업이 시행하는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주택공급과 주거안정이라는 공익성이 떨어진 점도 주목했다.

수원지법 신우정 공보판사는 "주택법 매도청구 조항은 위헌 논란이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주택건설사업 승인이 자치단체의 재량행위라는 것에서 출발해 사업승인권자인 자치단체가 지나치게 사업자만의 이익을 우선했다고 판단해 사업승인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