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내용에 무대응.."개인간에 풀 일"

국세청은 최근 안원구 국장 사건이 정권 실세에 대한 인사로비,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자 검찰의 수사 방향과 여론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이 안 국장 측의 폭로와 미국에 체류 중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대응으로 `진실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논란이 점점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한 채 조용하게 대응하고 있다.

안 국장 측이 폭로한 사안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면 국세청이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어 무대응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안 국장이 폭로한 내용 중에서 국세청이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에 대해서만 반응을 내놓았다.

이마저도 국세청 차원이 아니라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 등장하는 당시 감사관이 개인적으로 해명자료를 내는 수준이다.

당시 감사관은 "사퇴 제의에 대해 안 국장이 강하게 반발하자 고위공무원으로서의 처신, 국세청 내 여론과 대세 등을 거론하다 과장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하던 끝에 청와대까지 거론하는 말실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국세청은 나머지 폭로 건에 대해서는 안 국장과 한 전 청장 개인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다소 거리를 둔 채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안 국장 측이 폭로하는 내용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일단 안 국장과 한 전 청장이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칫 검찰의 수사 방향이 틀어지는 것은 아닌지, 안 국장에 대한 수사가 정권 실세에 대한 한 전 청장의 로비 의혹, 그림 로비 사건으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여론의 흐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은 백용호 청장이 취임 후 5개월 넘게 추진해온 개혁이 암초에 부딪힌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백 청장은 그동안 세무조사 원칙 수립, 납세자 위주의 국세행정 변화, 청탁을 수용하지 않는 인사 등으로 국세청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상률 전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과 태광실업 세무조사 기획설 등이 매듭지어지지 않은데다 한 전 청장의 정권 실세에 대한 인사로비설 등이 대중의 입에 다시 오르내리면서 국세청의 이미지는 다시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 청장도 이런 안타까움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백 청장은 26일 국세청을 방문한 송영길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들에게 "취임 후 최선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고 역할을 다하던 차에 안 국장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변화의 노력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국장을 둘러싼 온갖 의혹은 쉽게 풀릴 상황이 아니어서 당분간 국세청의 `조용한 비상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