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단속기간 이주노동자들 숨바꼭질

불법 체류(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단속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법무부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간판에 강제퇴거 명령서를 본뜬 서류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3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결성한 '이주노동자 권리지킴이'에 속한 회원 20여명은 26일 낮 12시 20분께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표석과 정문 철문에 '강제퇴거' 명령서를 각각 부착했다.

이주노동자 권리지킴이는 지난달 8일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30여 개 단체가 참여해 결성한 단체로 법무부와 경찰, 노동부 등이 내달 12일까지 벌이는 특별합동단속에서 이뤄지는 불법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회원들은 '위아 레이버, 위 원트 레이버 라이트(We're laborer, we want labour rights)'라는 노래를 부르며 출입국관리사무소 정문 앞에 앉기 시작해 돌아가면서 규탄 발언을 했다.

중간 중간에 '스톱 크랙 다운(Stop Crackdown)' '노동자는 하나다' 등 노래를 섞어 부르며 항의 열기를 높였다.

오산 이주민센터의 장창원 목사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단속이 이어지고 이들이 밖으로 나서지 않자 중소 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인다고 한다"며 "이는 우리 기업이 이주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고 이주 노동자가 한국 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로구릉'이라고 소개한 미등록 이주 노동자는 녹음한 메시지를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먹고 살려고 왔다.

가장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을 하는 우리가 노동자인지 아닌지 정부에 묻고 싶다.

만일 노동자라면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며 "이주 노동자의 합법, 불법을 가리지 말고 노동자라는 사실부터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구릉은 추후 전화 통화에서 "네팔에서 왔고, 지금 30살로 한국에 온 지 7년 됐다"면서 "친구를 만나 일자리를 찾고 싶은데 지난달부터 추방된 친구가 약 80명이 되고, 나머지도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최근 생활하는 모습을 전했다.

집회를 마친 회원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발부하는 강제퇴거 명령서를 본떠 만든 용지를 확대 제작해 강제 퇴거 대상란에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무부를 각각 적어넣은 뒤 표석과 정문 철문 등지에 부착했다.

(사진)
이들이 낮 12시 30분께 자리를 정리해 떠나려고 하자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몰려 나와 종이를 떼어냈다.

<표석에 붙이 강제퇴거 명령서>

<정문에 붙인 강제퇴거 명령서>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