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총ㆍ부총학생회장이 자신들이 받은 장학금을 백혈병을 앓는 몽골의 아기를 위해 쓰고 모금 운동까지 펼치기로 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6일 한양대에 따르면 이 학교 4학년생인 총학생회장 이동훈(25)씨와 부총학생회장 백정연(24.여)씨는 이날 오전 11시 자신들의 1ㆍ2학기 장학금 1천120여만원을 몽골의 생후 18개월 된 아기 이룬(Irmuun)군에게 전달했다.

이룬군의 어머니인 아마르 자르갈(Amar Jargal.28)씨가 아들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잘 움직이지 못하자 감기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 4월.
자르갈씨는 병원으로부터 사랑하는 아들이 감기가 아니라 백혈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후 하던 일마저 그만두고 이룬군의 치료에 매달렸지만 열악한 의료시설과 막대한 치료비는 그녀를 더욱 힘들게 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녀에게 한 줄기 빛이 다가온 것은 10월 말.
몽골 울란바토르시와 의료 협력을 해온 한양대병원 관계자를 통해 그녀와 아들의 소식을 들은 이씨 등이 이룬군이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학금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이씨는 아기의 병세가 심각한데도 몽골에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한 비자를 받는데 보통 3주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주몽골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기간을 일주일로 단축하기까지 했다.

이에 감명받은 한양대병원도 이룬군과 자르갈씨의 항공비를 지원하고 특진비를 감면해주는 한편 이후에도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이씨는 "얼마 남지 않은 회장 임기를 마무리하며 장학금을 좋은데 쓰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이룬군을 돕게 돼서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룬군과 자르갈씨는 23일 한국에 도착해 현재 한양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오늘이나 내일 중 이룬군의 골수검사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르갈씨는 "처음 아들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먼 나라 학생들이 도와주니 너무 감사하다"며 아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전했다.

학생들은 이날 이룬군을 찾아 장학금을 전달한 뒤 교내 사회봉사단과 함께 병원비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교내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기부금과 헌혈증을 받는 한편 교직원 및 전교생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도 보낼 예정이다.

이씨는 "우리같은 학생에게는 큰 돈이지만 이룬군을 치료하기에는 많이 적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열심히 모금 운동을 할테니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