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제도개선 연구팀이 26일 공개한 고교 제도개선 시안은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외국어고뿐 아니라 경쟁력이 없어 외고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일반고에도 대폭 `메스'를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고에 대해서는 외고를 유지하되, 학급 및 학생 수를 과학고 수준으로 대폭 줄이고, 학과별로 학생을 선발하거나 외국어를 중점 교육하는 자율고, 국제고, 일반계고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골자다.

일반고도 칸막이가 심한 학년제, 학급제 등을 대폭 개선하고 졸업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영어, 수학에 대해서는 무학년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 외고, 형태만 남거나 전환해야 = 외국어는 모든 학생이 갖춰야 할 보편적 소양이지 소수의 `어학영재'에게만 요구되는 전문적 능력이 아니라는 게 연구팀 판단이다.

또 `어학영재' 개념과 선별방법에 공인된 정의나 준거가 없고 영재교육진흥법이 있는데도 초중등교육법(시행령 90조)에서 `어학영재 양성'을 규정할 필요도 없다는 것.
따라서 두 대안의 공통점은 `어학영재' 조항을 삭제하고 필요하면 이를 영재교육진흥법에 두도록 했다.

각 외고의 선택 시점을 2012년까지로 정해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이 입시를 치르는 2013학년도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우선 1안의 특징은 외고의 존속 여지를 남겨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국제고, 일반계고 등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외고로 존속하려면 우선 학급수, 학생수를 과학고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2008년 7월 기준 외고는 공립 12곳, 사립 18곳 등 30개교로 학생수는 2만5천510명, 신입생 정원은 8천607명인 반면 과학고는 공립 20곳으로 학생수가 3천451명, 신입생 정원은 1천645명이다.

학급당 학생수는 외고 36.5명, 국제고 20.9명, 과학고 16.9명이며, 학년당 학급수는 서울의 경우 대원.대일.명덕외고가 12학급, 서울.한영외고가 10학급, 이화외고가 6학급이고 서울국제고와 서울과학고는 각 6학급이다.

따라서 외고로 남으려면 학생수를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셈.
법인전입금 등의 요건이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국제고, 일반고 등에 맞으면 이들 형태 학교로 전환하면 된다.

학생선발 방법은 외고로 남거나 국제고로 바뀌면 학교 단위가 아닌 학과별로 선발하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야 하며,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면 평준화지역은 내신 50%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하고, 비평준화지역은 학교별로 선발하면 된다.

일반계고로 바뀌었을 때도 평준화지역은 추첨, 비평준화지역은 자체 선발한다.

2안은 특목고로서의 외고를 폐지하고 외국어 중점학교로 전환하는 것이다.

교육과정도 별도로 외국어 중점과정을 개설하는 정도이며, 외고로 존속할 수는 없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국제고, 일반계고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선발 방법은 1안처럼 전환한 고교 유형에 따르면 되지만 일반계고로 바꿨다면 외국어 중점과정 지망자에 한해 평준화지역은 지원자 중에서 학과별로 우선 추첨 배정하고 비평준화지역은 학교별로 선발하되 중학교 내신과 추천서, 진로계획서 등을 평가해 학과별로 뽑아야 한다.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할 경우 비평준화지역은 내신 50% 이내 학생 중 학과별로 우선 추첨하고, 비평준화지역과 국제고는 내신+추천서+진로계획으로 선발하면 된다.

물론 학교 유형에 관계없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야 한다.

두 안 모두 2012년 전환 전에도 내신, 추천서, 진로계획서에 따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학과별 선발을 해야 한다.

전환 후 3년이 되면 교육여건, 교육과정 운영, 교육의 질적 수준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해 학교 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에도 5년 주기 평가를 받도록 했다.

◇ 일반고 경쟁력도 높인다 = 경쟁력 없는 일반계고가 외고 등 특목고에 대한 수요와 진학 경쟁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게 연구팀 진단이다.

교육과정 자율화, 교과교실제 및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 대학과목 선이수제 활성화, 자율형 공립고 지정, 사교육 없는 학교 지정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
따라서 졸업요건 부과, 수학·영어 10~15단계 무학년제 및 교과교실제 전면실시 등이 외고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2~3년 내 달성해야 할 목표로 제시됐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년내 교육과정을 10~15단계로 재구성하고, 두 과목의 수업은 무학년제, 교과교실제, 학점제로 운영하는 게 특징.
아울러 단계별로 도달해야 할 국가 수준의 성취기준을 정해, 예를 들어 15단계라면 5, 9, 12단계에서 고교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성취도를 평가하고 각 단계를 통과한 학생에 한해 다음 단계 응시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평가는 A, B, C, D, E와 F(도달실패) 6단계로 하고, 시험은 객관식 평가를 지양하고 주관식의 단답형, 논술형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내신성적도 다른 과목과 분리해 단계별 강좌에서 취득한 학점으로 대신한다.

교사는 교장이 지원자 중에서 선발하거나 필요하면 외부 강사를 초빙하고, 최상 단계의 영어수업은 영어 전용을 원칙으로 하며 최상 단계 강좌 수강생이 적으면 다른 고교와 협동해 거점학교를 정한 뒤 거점학교가 수업을 맡도록 했다.

영어, 수학의 시범 결과를 기초로 단계별 수업을 과학 과목으로 확대한다.

외고 지망생과 영어, 수학, 과학의 최상위권 학생을 위해 2010년부터 개별 또는 거점학교에 방과후 학교 형태의 `고등학교대학과정'(Highschool College)을 설치하는 방안도 나왔다.

또 일반계고 졸업조건으로 출석 일수와 함께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반드시 이수해야 할 최소 필수과목과 수업량 및 성취수준을 설정하도록 했다.

지역교육청과 학교는 이에 더해 자율적으로 졸업요건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 고교 유형 정비 및 사전작업 = 외고와 관련해 대안 1안이 확정되면 일반계, 특성화, 특목고, 자율고, 기타(영재학교, 대안학교)로 고교 유형이 재편된다.

전문계고를 특성화고로 일원화하고, 전문계열을 제외한 과학, 외국어, 예술·체육, 국제계열만 특목고로 존치하며 자율형공립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학교, 기숙형 고교 등은 자율고로 묶는다.

특목고에서 외고 자체를 제외하는 2안이 확정되면 과학, 국제, 예·체능 세 계열만 특목고로 남는다.

연구팀은 고교체제 개편에 2~3년이 걸리는 만큼 그 이전이라도 고교 입시 과열을 막기 위해 광역단위 및 학교유형별로 전·후기 전형일정을 일치시키고, 전기고는 1개교만 지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중학교 교육과정 및 사교육 영향평가 위원회'를 구성해 외고 입시 과정과 그것이 중학 교육 및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