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 출동시스템 '구멍' 드러나..여성단체 "보완해야"

서울 방학역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성추행범이 한 달이 다 되도록 붙잡히지 않아 재범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당국의 조사 결과 도주자 검거를 위한 출동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시스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보호관찰을 받던 김모(40)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30분께 주거지인 경기도 양주에서 벗어나 서울 1호선 방학역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

의정부 보호관찰소는 소재추적 전담팀을 구성해 가족 연고지와 노숙자 쉼터 등을 중심으로 김씨를 추적하고 있지만 지금껏 행적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가 도주할 당시 전자발찌 훼손 사실은 훼손과 동시에 중앙관제센터에 경보가 울리며 알려졌다.

이 연락을 받은 의정부 보호관찰소 담당 관찰관 2명은 곧바로 방학역으로 달려갔다.

이들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경보가 울린 지 40분이 지난 오전 11시10분께, 김씨는 방학역에서 자취를 감춘 뒤였다.

방학역에서 가장 가까운 보호관찰소는 서울 북부보호관찰소(서울시 수유동)였지만 이 곳에선 김씨의 도주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왜그랬을까? 현 시스템상 중앙관제센터에서 근거리 관찰소가 아닌 담당 관찰소로 통보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관찰소는 관할 관찰소의 공조 요청이 있어야 출동이 가능하다.

북부보호관찰소에서 방학역까지의 거리는 4㎞도 채 안돼 '훼손과 도주가 명확한 시급한 상황'에서 20분 이내 출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고 김씨는 수월하게 도주해 지금껏 잡히지 않고 있다.

의정부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도주자의 신상은 담당 관찰관이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보호관찰소에서 빨리 도착해도 사진 하나만 갖고 찾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조 여부는 내부지침상 관할 보호관찰소 직원의 고유 권한"이라며 "관할 보호관찰소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나도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가까운 보호관찰소에서 바로 출동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수백㎞ 떨어진 곳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나도 관할 타령만 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보호관찰소 간 협력이 있어야 도주자를 잡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전자발찌 제도의 도입취지가 자칫 무색해질 수 있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북부보호관찰소 관계자도 "도주자 발생 시 바로 공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허술한 전자발찌 제도로 성범죄자의 재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최우정 기자 friendshi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