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한 달여간 진행됐던 노사정 6자 회의가 결국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해체됐다. 정부는 유감 표명과 함께 현행 법대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협상 기한 마지막날인 25일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열린 대표급 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6시간 동안의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현안에 대한 입장차가 커 결국 타결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표급 회담에는 임 장관과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수영 경총 회장,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김대모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임 장관은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을 전제로 노사 양측의 의견을 받아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며 "하지만 노동계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폐지하라'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경영계는 '복수노조를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임 장관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를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관련 조항이 내년 1월1일 발효되는 만큼 앞으로 시행에 따른 혼란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법 시행을 유예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따른 노조 충격 최소화 방안 등을 담은 행정법규를 조만간 마련키로 했다. 임 장관은 "법률을 통해 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대안으로 행정법규를 준비 중"이라며 "위헌,위법소지를 없앨 수 있도록 꼼꼼하게 다듬어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임 장관은 그러나 "노사가 연착륙 방안을 내놓는다면 대화를 통해 행정법규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임무송 노사정위원회 운영국장도 "노사정 관계자들로부터 앞으로도 양자 또는 다자간 만남을 주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노사정 6자 회의는 해체됐지만 2자,3자 대화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는 정부의 법 시행 강행에 맞서 다음 달 중순께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6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파업 일정을 밝힐 예정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