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조치'에서 `추가적 조치'로 의안 변경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해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하는 문제를 놓고 예금보험위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보험공사는 25일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대해 직무정지 징계 결정이 내려진 지난 9월 25일 예보위원회 의사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예보는 당시 의안에서 우리금융지주에 우리은행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와 관련, 사실 관계를 면밀히 조사해 필요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공사에 보고하도록 명시했다.

예보 담당 부장은 "법적 조치로는 민·형사상 조치가 있고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청구, 형사상으로는 배임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위원들에게 설명했다.

또 "배임죄를 입증하려면 배임의 고의를,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서는 행위와 손실 간의 인과관계, 경영 판단의 법칙 적용 가능 여부, 정확한 손해액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 위원은 "우리금융이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적으로 요구하면 무리한 소송 제기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 절차적 안전성 확보를 위해 소송을 진행하면 불필요한 비용 발생 등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법적 조치 여부는 우리금융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되 필요하면 예보가 직접 조사, 검토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시했다.

B 위원은 "의안 문구만으로 보면 예보가 자신의 의무를 게을리하고 판단을 미루는 것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C 위원은 "이번 조치의 시점은 많이 늦은 면이 있다"며 "지금까지 사실 관계를 검토할 시간이 충분했을 만큼 추가적 조치에 대한 여지를 남기기보다 지금 시점에서 예보가 판단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D 위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조치는 중요한 선례가 되어 금융시장의 투자 관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크고 유인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므로 신중하게 검토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예보는 위원들의 이러한 지적에 따라 의안을 `사실 관계를 면밀히 조사해 필요한 경우 법적 조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공사에 보고할 것'에서 `우리은행의 CDO, CDS 투자와 관련, 추가적인 조치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할 것'으로 수정했다.

즉 우리금융이 법적 조치를 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한편 우리금융은 황 전 회장 등을 대상으로 법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황 전 회장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소송 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소송을 통한 실익이 적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