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 "`윗분들'이 남편 명퇴종용" 음성파일 공개
국세청 "사퇴거부 따른 압박용 발언" 해명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는 24일 국세청과 정부 등에서 안 국장의 퇴직을 사실상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국세청 감사관과 안씨의 대화 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특히 홍씨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정권교체 직전 유임을 위해 남편 안씨에게 "`정권 실세에 잘 말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주장, 국세청 간부의 `개인비리' 수사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정치권으로 확대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홍씨가 이날 공개한 음성파일엔 지난 7월 국세청 감사관 A씨가 청와대와 정부, 최고위층 등을 언급하며 안 국장에게 "명예퇴직을 하면 한 업체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약속하겠다"고 제안한 내용이 포함됐다.

두 사람의 대화가 녹음된 이 파일에서 안 국장은 A씨의 제의를 완강히 거절하면서 "제대로 된 국세청을 만들기 위해 퇴직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국세청 최고위층(당시 국세청장 권한대행)과 정부내 여론상 안 국장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고, 청와대 언급은 안국장이 강력히 사퇴를 거부해 압박용으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홍씨는 또 이날 오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한상률 전 청장의 부탁으로 남편이 여권인사에게 한 전 청장의 연임 청탁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2월께 한 전 청장이 `연임할 수 있도록 여권인사에게 잘 말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남편에게 들었다"며 "남편은 여권인사에게 면담요청을 통해 한씨의 청장 연임이 왜 적합한지를 설명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지난 18일에 이어 이날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재소환돼 심야까지 조사를 받고 밤 11시가 넘어 귀가했다.

검찰은 홍씨를 상대로 안 국장이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에 압력을 넣어 가인갤러리의 미술품을 사도록 하는 방법으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강도높은 보강조사를 벌였다.

검찰이 홍씨에게 캐물은 미술품 강매의 대상 기업에는 일부 유력 대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그러나 "모든 거래가 정상적인 미술품 판매 계약에 따라 이뤄졌다"며 세무조사 무마 또는 축소 혐의로 미술품을 비싼 값에 팔았다는 검찰측 주장을 강력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검찰은 홍씨에게 2007년 3월 한 전 청장의 부인이 전군표 전 국세청장 부인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건넸다는 `학동마을' 그림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입수 경위에 대해 진술을 받았다.

학동마을 그림은 전 전 청장의 부인이 작년 10월 홍씨가 운영하는 가인갤러리에 매물로 내놨으며, 민주당은 지난 6월 두 전직 국세청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내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