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 23일 오후 사상 처음으로 700만명 선을 돌파했다. 2005년 이후 4년 만에 100만명이 더 늘었으며 1994년 350만명을 넘어선 지 15년 만에 두 배로 볼륨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15%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700만명이란 수치에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1999년 발표된 제1차 관광진흥 5개년 계획대로라면 6년 전인 2003년에 진작 달성됐어야 할 목표였다. 그런데도 이제서야 달성된 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플루 확산이란 재앙에 맞닥뜨린 세계관광시장이 사스 이후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든 가운데 일군 성과란 점에서다. 특히 일본,중국 등 이웃의 거대 경쟁국은 입국 관광객 감소폭이 두 자릿수나 되는 등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마침 정부는 제3차 관광산업 경쟁력강화회의를 통해 앞으로 10년 안에 외국인 관광객 수를 3배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2020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관광수입 300억달러,국가관광경쟁력 15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2020년 목표를 향한 길은 그리 평탄해 보이지 않는다.

당장 올해의 성적표부터 들여다보자.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연초 목표보다 40만명 많은 790만명을 헤아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성적자에 허덕였던 관광수지도 2000년 이후 9년 만에 흑자를 낼 전망이다.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근본적인 관광경쟁력 향상 덕에 얻은 결과가 아니어서다. 원화 약세 기조 덕분에 나타나는 반짝효과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실 올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일본인 여성 쇼핑족이 이끌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원화 강세로 환경이 바뀔 경우의 사정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국관광시장에서 차지하는 일본인 비중은 2005년 40.5%에서 지난해 34.5%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관광수지도 환율변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9월까지 누계로는 흑자라고 하지만 대미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간 5월 이후 5개월째 월별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 햇빛이 걷히면 한파가 올 수 있음을 삼척동자도 안다.

결국 정부가 휴가와 공휴일 제도를 개선하는 등 장기적으로 내국인 관광수요 기반을 확충,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둔 것은 합당해 보인다. 내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으면 투자가 뒤따르게 되고 자연스레 외국인에게까지 '관광하고 싶은 한국'이 꾸며지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나라 안을 중시한다고 해서 해외시장 개발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일본과 중국에 대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의존도가 지나치기는 하지만 어차피 두 나라에서 오는 관광객이 6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최대 시장이 될 중국과의 상호 무비자 입국 추진은 주목할 만하다.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의료관광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산업 육성도 중요한 과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느냐'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느냐'로 관광객 유치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재일 문화부 차장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