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융복합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관료주의라는 지적이 나왔다. 융복합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감수성을 개발해야 하며 업계 간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세계적 정보기술(IT)업체 모토로라 부사장을 역임한 존 스트라스너 포스텍 교수(정보전자융합공학부)는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융복합 국제 컨퍼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행정적으로 불필요한 업무단계가 사람들의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며 "한국의 관료주의가 융복합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명확한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람들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곳에서 일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컴퓨터공학 전문가들은 똑똑하지만 대화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를 듣는 반면 디자이너들은 기술적인 부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스트라스너 교수는 "융복합산업이 발전하려면 양자가 효과적으로 공존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융복합산업 발전이 미래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산업 간 상품과 기술이 얼마나 잘 융복합되느냐와 함수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수석대변인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기조강연을 통해 미래는 이성과 논리를 담당하는 좌뇌보다 감성과 창의성을 맡고 있는 우뇌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는 아웃소싱과 자동화로도 해결 불가능한 업무가 살아남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영국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이혼신고를 하면 이혼 변호사를 활용했을 때보다 비용을 8분의 1이나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핑크는 또한 "감성이 중시되는 시대에 서울시가 디자인을 경제활동의 중심 축으로 세운 것은 선견지명의 좋은 예"라고 평가했다.

융복합산업이 성공하려면 업계 간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현순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 달성에서 자동차업계가 중요한 의무를 갖고 있다"며 "현대차는 이를 위해 연구개발과 기술컨버전스,업계 간 협업 등 세 가지를 경영전략으로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의 자동차는 오염을 줄이고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안전한 주행경험을 제공하게 되며 연비와 편리성에 대해 운전자 및 탑승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산업이 넘어서는 전문성과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실례로 최근 현대차가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위해 한국전력과 협력하고 있고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KT와 업무제휴를 하고 있는 점을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또 환경분야의 핵심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개발 계획을 언급하면서 "2011년에 전기차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내년에 현대 · 기아차의 글로벌 연간 생산능력이 600만대가량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