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정남규가 서울구치소에서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형제 폐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민 여론은 오히려 정남규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해 사형폐지 운동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정이 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한 데는 1997년 12월 이후 중단된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높아짐에 따라 자신이 실제로 사형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독방에서 발견된 공책에서 정은 `사형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요즘 사형제도 문제가 다시…'라고 써 사형제 폐지 논란과 사형 집행과 관련해 자신이 느낀 압박감을 드러냈다.

올해 들어 `강호순, 조두순 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따라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됐고, 광주고등법원이 전남 보성 연쇄살인범 오모(71.사형수)씨 사건과 관련해 사형제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하면서 논란은 헌법재판소로 옮겨간 상태다.

천주교 등 사형폐지론 진영은 "냉혹한 사이코패스도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할 정도로 사형은 인간이 감내하기 어려운 비인도적인 제도이기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은 사형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올해 들어 사형 집행 여론이 조성된 데다 특히 강호순 사건 등 더 참혹한 사건이 발생해 사형수에 대한 질타가 높아지면서 사형수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혁 변호사는 "아무리 범죄자라 해도 우리와 같은 생명을 갖는 존재"라고 강조하고 "이번 사건이 사형 폐지 문제를 인간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인권의 가치문제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사형제 옹호론자들은 "흉악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면 생명권도 일반적인 기본권과 같이 제약을 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희준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은 "인간이 규범과 제도를 만들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한 생명권은 제한할 수 있으며, 생명이나 이와 동등한 가치를 박탈하는 범죄는 사형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사형제 자체는 합헌이라고 보지만 국가가 정책적으로 이를 지속해야 할지, 폐지해야 할지는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존치 여부에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인터넷에서는 뉴스 댓글 등이 정남규에 대한 비난글로 도배되면서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hjw0261은 네이버 뉴스에 대한 댓글에서 "사형 폐지는 있어서는 안 된다.

사회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형제는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이상현 기자 banana@yna.co.kr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