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의 유명 휴양지 사이판에서 무장괴한이 난사한 총탄에 맞아 부상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속속 귀국했다.

이번 사고로 등 부위에 총탄을 맞아 척추와 장기 일부가 손상되는 등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박모(39)씨는 21일 밤 11시48분 괌 당국이 제공한 환자 후송용 소형 비행기에 실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비행기에는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과 보호자로 박씨의 아내가 함께 탑승했으며, 박씨는 도착 직후 인천공항소방대 구급차에 실려 서울 혜화동의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구급차는 박씨가 척추를 다친 탓에 최대한 느린 속도로 이동했고, 박씨는 22일 새벽 병원에 도착하는대로 정밀검사와 수술 등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사이판으로 갔다가 먼저 귀국한 박씨의 형은 "현지에서 1시간30분 정도 수술을 받았는데 출혈을 막고 장기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기초적 처치였다.

척추 손상이 심해 사고 당일 두번이나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었다"고 전했다.

그는 "수면마취 상태로 이송됐는데 총알이 척추에 박히면서 뼈 조각이 몸안 곳곳에 흩어져 주변 장기도 좋지 않다"며 "현재로선 동생이 회복되고 척추를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 마산에서 보습학원 강사를 하는 박씨는 어릴 적 친구들과 계를 모아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에 앞서 김모(38)씨와 김씨의 아들(8)과 딸(5) 등 부상자 3명은 오후 7시께 사이판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편을 이용해 입국했다.

김씨는 무장괴한의 총기난사 과정에서 오른쪽 엉덩이와 허벅지에 총탄 파편을 맞아 다리를 절었고, 딸은 왼쪽 볼에 거즈를 댄 상태였다.

아들은 오른쪽 팔에 파편이 박힌 상태였지만 점퍼를 입어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고,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김씨의 아내(37)는 다치지 않은 상태로 함께 입국했다.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오후 7시50분에 출발한 국내선 여객기를 타고 부산 집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처음에는 폭죽 소리인 줄 알았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쓰러지고 나서야 총기 난사인 것을 알게 됐다"며 "크게 안 다치고 살아 돌아와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이판에서의 이번 총기난사 사건으로 다친 한국인은 6명이며 이미 귀국한 4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상자 2명은 현지에서 병원 치료를 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김태균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