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본격적인 사교육과의 전쟁에 나선다. 20일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공식발족한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및 사교육비 경감 민관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첫 주제는 고액 탈 · 불법 학원에 대한 단속과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적인 정착방안이다.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의욕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이를 겨냥한 고액 컨설팅이 성행하자 강력한 단속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고액 과외 · 컨설팅 성행에 위기감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개 입학사정관 컨설팅 업체가 1회에 최고 50만원을 받는 등 고액 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 대치동 K연구소,강남구 역삼동 K컨설팅 등이 각각 1 대 1 컨설팅 비용으로 50만원을 받고 있었으며,서류 작성 및 면접 방법 상담비용 등으로 종로구 적선동 K업체가 45만원,관악구 은천동 E업체가 30만원을 각각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시 논술을 앞두고 성행했던 고액과외도 수능 이후 각 대학별 고사가 본격화되면서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학파라치제로 신고된 건수는 1만7934건으로 지난 7월7일 시작된 이후 하루 평균 131.9건이 신고되고 있다. 지급된 포상금은 12억1441만원.이 가운데 강원도 춘천에서 한 달 1000만원이 넘는 교습비를 받던 미신고 개인 과외가 적발돼 포상금 한도인 200만원이 지급되기도 했다.

이처럼 입학사정관제가 오히려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정부는 강력한 단속의지를 드러냈다. 정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강력하게 단속할 것을 지시했다. 교과부는 물론 국세청과 경찰청,공정거래위원회 등까지 모두 나서 강력한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정 총리는 또 학원 교습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는 시 · 도 조례 개정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학원법 개정안(학원비 공개,영수증 발급 의무화)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안병만 교과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입학사정관 공정성 마련 부심

협의회는 또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논란 소지가 있을 수 있음에도 특수목적고 출신자를 우대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신입생의 출신고교 · 유형별 현황을 공시하는 방안이 모색된 것도 그만큼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높다는 점을 반영한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신뢰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고3 진로담당 교사 10명 중 6명은 입학사정관제의 안정적 정착에 회의적이고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에 대해선 학생 63%,학부모 60.4%,교사 78%가 신뢰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의 설문조사 결과 47개 대학 입학사정관의 38.9%는 1주일간 연수를 받은 것이 직무교육의 전부였으며 29.7%는 입학사정관에게 실질적 학생선발권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12월 중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현장 점검을 통해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대학에 대해선 정부지원을 끊는 등 단호하게 조치하기로 했다. 입학사정관제로 선발된 신입생의 출신고교도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정 총리는 "근원적인 사교육비 경감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자율과 경쟁'을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입학사정관제의 정착,선발구조의 단순화 등 대학 입학 전형의 선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200개 대학의 1만가지 전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복잡한 각 대학 입시제도가 앞으로 입학사정관제와 수능 등으로 단순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처음 발족한 민관협의회는 교과부 노동부 지식경제부 등 정부부처와 교육 · 산업 · 노동 · 언론계 및 학부모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협의회는 앞으로 매달 한 차례 회의를 갖고 선발구조 단순화 등 대입 전형제도의 합리화 방안,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사 역량 제고 방안 등을 논의키로 했다.

정태웅/장진모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