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의 백두대간 종주가 오늘날의 코리안리를 만들었다. 이제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 백두대간 종주만 이야기한다. "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65)은 20일 감회에 젖었다. 2004년 공기업 문화에 젖어든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겠다며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가 지난 8월 6년 만에 끝난 것을 기념해 이날 기념 사진전 '백두대간을 넘어 세계로!'가 서울 수송동 본사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200여명의 전 직원이 6년간 전국의 산을 넘으며 동고동락한 모습을 담은 사진 153점이 전시됐다.

1999년 박 사장이 부임했을 때 30여년을 독점 공기업으로 살아왔던 코리안리(당시는 대한재보험) 직원들은 공기업 문화에 푹 젖어있었다. 해병대 출신으로 재무부 산악반장을 지냈던 박 사장은 기업문화 개조 프로젝트를 세웠다. 바로 전 직원 백두대간 종주다. 처음엔 '설마 할까'란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박 사장은 적당히 홍보용 '이벤트'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2004년 지리산 31㎞를 시작으로 2005년 덕유산,2006년 소백산,2007년 태백산,2008년 오대산,올해 설악산을 넘었다.

전 임직원이 매년 8월 말 종주에 나서 2박3일간 30시간 이상을 걸었다. 점심은 간이도시락으로 때우고 밤에는 텐트 속에서 칼잠을 잤다. 6년간 백두대간 전체 670㎞ 가운데 해발 1000m 이상 되는 구간을 중심으로 모두 300㎞를 걸었다. '할 수 있다'는 정신이 확산되며 코리안리는 2004년부터 매년 10%(매출 기준) 이상 성장하는 중이다.

이날 기념 사진전엔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별보좌관(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신동규 은행연합회 회장,유지창 유진투자증권 회장,방영민 서울보증보험 사장,이우철 생명보험협회 회장,김석원 신용정보협회 회장,윤용로 기업은행 행장,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재무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이 총출동해서 사진전을 축하했다. 강만수 특보는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과 함께 재무부에서 근무했던 인연으로 축사에도 나섰다. 신상민 한국경제신문 사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병규 문화일보 사장 등 언론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과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권처신 제일화재 대표,김창재 롯데손해 대표 등 보험업계 CEO들도 사진을 보며 공기업이었던 코리안리의 기업문화가 바뀐 과정을 지켜봤다.

코리안리는 내년에도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다. 이제는 설악산부터 꺼꾸로 내려간다. 박 사장은 "백두대간은 이제 코리안리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브랜드가 됐다"며 "직원들이 가자고 조르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