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 노조 대의원 선거에서 강성 성향 단 한명도 당선안돼

노사 상생의 대표적 브랜드로 뜨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에는 강성 성향의 노조 대의원이 단 한명도 발을 붙이지 못한다.

현중 노조(위원장 오종쇄)는 19일 최근 실시한 대의원 선거 결과, 최근 3년간 강성 성향의 대의원이 단 한명도 뽑히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7일 제24대 대의원 182명을 뽑는 선거에서 합리 노선인 현 집행부의 현장노동조직인 ‘노동자민주혁신투쟁위원회(이하 노민투)’에 소속된 대의원 후보 182명이 모두 선출됐다.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강성 노선의 대의원이 5명 안팎이나마 당선됐으나 2007년이후부터는 내리 3년째 강성 성향의 대의원 당선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대의원 선거에서는 강성 성향의 현장노동조직으로 분류되고 있는 ‘청년노동자회’나 ‘전진하는 노동자회’ 등에 소속된 대의원 후보가 12명이나 출마했지만 이 중 2명은 중도 사퇴하고, 나머지 10명은 죄다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이들 강성 성향의 대의원 후보에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12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종철 전 노조위원장도 포함됐다.그는 집행부 소속의 노민투 대의원과 경쟁했지만 10표 이상도 얻지 못한 채 낙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현중 노조의 이같은 현상에 대해 “골리앗 점거농성 등 과거 강성 투쟁을 통해 실로 뼈아픈 아픔만을 경험해온 현중 노조원들로선 지난 15년간 이어온 노사화합이 임금과 고용 등의 노동복지에 얼마나 값진 결과를 주는지를 잘알고 있다”며 “이젠 현중 노조에는 강성투쟁이란 구호 자체가 어울리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앞서 22년간 강성 파업을 해온 현대차 노조도 대의원선거에서 중도실리 성향의 무소속 대의원들이 역대 최다 규모로 당선됐다. 이경훈 위원장에 이어 대의원까지 중도실리파가 다수를 차지함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게 됐다.

국내 강성노조의 대명사격인 현대차 노조의 조합원까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식의 강경투쟁 방식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