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나도는 '롯데의 세종시 맥주공장 건립설'에 대해 "맥주공장은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종시를 첨단 교육 · 과학 산업도시로 만들려는 정부의 구상을 보다 명확하게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복수의 세종시 기획단 관계자들도 "맥주공장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데다 첨단 과학 · 기업도시를 지향하는 도시 설계와도 맞지 않아 수용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맥주공장은 공병과 플라스틱 박스(P-박스)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폐수가 발생한다. 특히 공병을 세척할 때는 7차에 걸쳐 약품 소독액과 세척 용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희석하는 데 상당히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또 공병이 담긴 P-박스와 맥주를 운반할 때 사용하는 팰릿 등도 세척 과정에서 다량의 폐수가 발생한다. 폐수뿐만 아니라 공병 뚜껑이나 라벨,재활용되는 공병에 들어 있는 담배꽁초 등 불순물과 이물질 등이 폐기물로 남게 된다. 정부는 이처럼 폐수 · 폐기물을 대량 발생시키는 공장을 새로 조성되는 세종시에 건립하는 발상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사전협의나 정식 제안이 없는 상태에서 롯데가 세종시 맥주공장 건립이나 롯데마트 롯데리아 등 일부 계열사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극도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00명밖에 안되는 롯데마트 본사를 이전한다는 것은 홍보효과만을 노린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라며 "롯데가 '제2롯데월드' 허가 건으로 청와대에 생색내려고 흘리고 다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우리도 오보의 피해자"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맥주공장 건립 불가'에 대해서는 "세종시 맥주공장 설립을 검토조차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코멘트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는 이날 재차 "세종시와 관련해 어떤 검토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장병수 그룹 홍보담당 전무는 "일부 언론의 오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누차 해명하고 시정을 요구하는데도 언론들이 계속 확대 재생산을 하고 있어 우리도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계열사 이전 검토에 대해서도 장 전무는 "세종시의 윤곽이 잡히면 '롯데마트나 롯데리아 점포가 들어갈 수도 있지 않으냐'고 밝힌 것이 본사 전체가 이전하는 것처럼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롯데가 각종 '세종시 검토설'에 대해 공식 해명자료를 내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롯데 입장에선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사안에 호응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서 나쁠 것은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