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비시장에 대해 외국인들의 관심이 매우 큽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 한국 경제가 가장 빨리 회복되고 있는 데다 토종 유통업체들이 월마트 등 거대 다국적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죠."

이정희 한국유통학회장(중앙대 교수)은 19일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국 유통업체들이 선전하고 있어 외국 학자들의 관심이 많다"며 "이번에 열리는 유통학술대회가 불황 극복 방안을 찾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유통학회 주최로 20일부터 사흘간 중앙대에서 열리는 '2009 국제 유통학술대회'의 주제는 '리세션(경기 침체) 아래서 유통업체들의 불황극복 사례'로,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세계 10개국에서 40여명의 유통학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아시아유통학회는 한국 일본 대만의 유통학회 주축으로 2000년 설립됐으며,매년 한 차례씩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등 외국 사례를 보면 불황기에는 할인점이나 균일가 매장 등 다양한 신업태가 등장해 소비시장을 바꿨습니다. 또 불황기에 움츠러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대응한 업체들이 경기 회복기에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이 회장은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된다"며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납품업체를 쥐어짜는 등의 수동적인 전략이 아니라 벤처정신을 갖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슈로 부상한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골목상권 진출과 관련,그는 "사회 안정 차원에서 경제적 효율성뿐 아니라 대기업과 영세 상인들이 '상생(相生)'한다는 의지를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부터 유통학회 회장에 오른 뒤 각종 세미나 등을 적극 개최해 업계와 학계의 가교 역할을 맡아 유통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응용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95년부터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회,농림수산식품부,중소기업청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