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침탈의 가능성이 높을 때 사람들은 시장거래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더 감수해야 한다. 이 경우 정부가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면 거래비용을 경감시켜 시장거래가 활성화된다.

그런데 정부의 재산권 보호와는 다른 방식으로 거래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 예컨대 식당은 김치를 외부 생산자에게서 사올 수도 있고 직접 담글 수도 있다. 외주업체와의 거래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면 외주에 맡기고,반대로 제때에 배달하지 않거나 품질 문제로 반품하는 사례가 잦은 등의 불필요한 비용이 자주 발생하면 아예 직접 담그는 것이다.

두 기업이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거래를 반복하는 경우에는 특이한 거래비용이 나타난다. 거래를 거듭하면 서로 상대방의 능력과 요구사항을 잘 알게 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 한 같은 상대와 계속 거래하는 것이 서로 편하고 유리하다. 이 현상을 '선점자 우위(first mover advantage)'라고 한다. '선점자 우위'의 이익을 살리려면 아예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거래하는 것이 좋겠지만,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터에 계속거래를 의무화하는 장기계약은 무리이다.

물론 사태 전개에 세부적으로 대응하는 완벽한 계약을 체결하면 되지만 인간의 '제한적 지성(bounded rationality)'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단기계약을 체결하고 만기가 되면 다시 재계약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계약 시점에서는 '선점자 우위'가 도리어 걸림돌로 작용한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편한 거래처이고 나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철업자의 용광로에서 막 나온 뜨거운 쇳물을 제강업자가 구입하는 거래를 생각해보자.쇳물이 식어서 선철로 되면 제강과정에서 다시 녹여야 하므로 그 가치는 그만큼 떨어진다.

그런데 제철업자 주변의 제강업자가 하나뿐이라 서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느 한 쪽이 궁지에 몰려 크게 손해 볼 위험이 높다. 이러한 사태를 막으려면 별도의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이 노력이 바로 거래비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거래비용은 매우 방대하지만 만약 한 사업자가 제철과 제강을 모두 수행해버리면 거래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어진다.

어떤 부품을 시장에서 구입할 때 그 거래비용이 과다하면 기업들은 자체 생산체제를 갖추고 거래비용을 절감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모든 부품을 다 스스로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어떤 부품은 자체 생산하면서 어떤 부품은 외주에 맡긴다. 많은 경우에 그 까닭은 기업이 그렇게 함으로써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체생산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과 외주의 시장거래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비교하여 더 작은 비용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윌리엄슨(Williamson)은 특정 기업들 간에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시장거래에서 특이한 거래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거래비용의 경제학(transaction cost economics)'을 창시하였는데 그 공로로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