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임금이 내년에도 동결된다.

각종 편법으로 임금을 올리는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으며 과도한 복리후생에 대해서도 메스가 가해진다.

해당 기관에서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독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번 돈을 직원들을 위해 방만하게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정부 방침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건비 동결.편법운용도 차단
이번 가이드라인의 기본내용은 공공기관들의 총인건비 동결이다.

기본급과 수당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 작년보다 올라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만 흥청망청한다는 지적이 있자 전체 인건비 규모를 묶어버린 것이다.

다만 호봉승급분 1.6%만 인정해준다.

또 공공기관 중에서도 임금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온 7개 금융형 준정부기관의 경우 올해 임금이 전년대비 5% 이상 삭감된다.

이미 일부 기관은 임협에서 삭감에 합의했고 6% 삭감을 하는 기관도 있다.

경상경비 역시 방만하게 지급될 경우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결된다.

다만 경영을 잘한 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도록 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우수기관은 1% 증액, 개선필요기관은 0.5~1% 삭감된다.

편법으로 인건비를 올리는 수법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해 초 잡셰어링 차원에서 대졸 초임을 대폭 삭감한 금액은 전년도 인건비 기준에서 제외된다.

신입사원 임금을 깎아서 모은 인건비로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시간외 수당의 할증률도 근로기준법 상의 하한기준인 1.5배를 적용하도록 명시했다.

하한기준이 1.5배이다보니 최고 1.83배까지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체적인 임금을 올리는 기관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 방식도 통하지 않는다.

정원과 현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인건비도 그동안 임금인상 재원으로 많이 사용됐으나 이 역시 전액 예비비로 계상해야 한다.

현원이 정원보다 적어 전체 인건비 운용이 여유롭던 기관들도 동결이 불가피해졌다.

재정부 강호인 공공정책국장은 "전년도 정부지침 위반기관은 차년도 인건비 예산 편성시 위반한 부분만큼 삭감 편성토록 했다"면서 "그동안 구두로 지시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이번에는 지침에 확실히 명시했다"고 말했다.

◇공기업 복리후생 줄어든다..정부, 과감한 메스

올해 복리후생 지침의 특징은 정부가 총괄적 가이드라인 수준이 아닌 구체적인 항목을 짚어내 이행지침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에도 주택대출금, 학자금, 연금 등을 합리적으로 예산에 편성하라는 지침을 통보했지만 단협이나 노조 반대 등을 이유로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기관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대학생 자녀 학자금 무상지원을 폐지하고 융자방식으로 전환토록 했다.

작년의 경우 52개 기관이 1만2천명에 대해 383억 원, 즉 수혜대상자 1인당 320만 원의 학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예산으로 주택자금 대출을 지원할 경우 시중금리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대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출이율이 시장금리를 반영하도록 현실화시키는 동시에 사내근로복지기금과의 중복지원을 금지했다.

지난해 주택자금은 총 72개 기관에서 1천956억원, 1인당 4천300만원을 지원했으며, 이 중에서도 48개 기관은 사내복지기금 등을 통한 별도의 지원책도 갖고 있다.

정부는 예산을 통해 경조사비나 의료비를 부당하게 지원해온 관행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렸다.

축의금 등 경조사비 지원을 예산에 편성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예산을 통한 생활안정자금 지원도 폐지토록 했다.

지난해 188개 기관에서 337억원의 경조사비가 지원됐는데 이 중 152개 기관은 예산을 사용했다.

또 사회통념상 예산을 통한 의료비 지원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틀니.보철 등 치과치료, 치료 목적이 아닌 성형 비용, 보약재 비용 등 지원을 최대한 억제토록 했다.

특히 정부는 사내근로복지기금 과다출연을 방지하기 위해 1인당 기금 누적액 2천만 원을 초과한 기관은 추가 출연을 자제하고, 500만~1천만 원 이하 기관은 세전순이익의 2% 범위 내로 제한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은 회사가 일부 보조해주는 성격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방만한 운영이 문제시되고 있는데다 기관마다 편차도 커서 기금 출연에 제약을 가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류지복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