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에 사는 정모씨(74 · 여)는 큰 병치레 없이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하늘이 준 복이라고 늘 감사해 왔는데 몇 달 전 상황이 바뀌었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저리고 쑤실 뿐만 아니라 무릎에 힘도 빠지는 것 같고 발바닥이 시려워 걷기조차 힘들게 됐다.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 말도 못하고 동네의원에서 주사를 맞아보고 물리치료도 받아봤지만 통증은 자꾸 심해졌다. 큰 병원에 가보자는 남편의 성화에 결국 척추전문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요추 4,5번 신경이 눌린 퇴행성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단받았다. 미세현미경감압술로 눌린 신경을 풀어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뼈가 퇴행성 변화로 덧 자라거나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신경관을 눌러 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이 막히면서 생긴다. 이는 주로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나이 먹어 척추디스크의 수분함량이 떨어지면 디스크가 미세하게 균열되고 척추뼈가 유동적인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럴 경우 디스크의 높이가 낮아지면서 척추뼈 간격이 좁아지고 이에 대한 인체의 보상작용으로 척추 속의 작은 뼈 조각과 인접한 관절들이 자라나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서울 역삼동)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은 뼈가시(골극) 같은 단단한 조직이 물리적으로 척수신경을 눌러 통증을 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반적으로 초기이거나 요통만 있는 경우에는 약물 · 물리치료 등 대증적인 치료를 시도할 수 있지만 다리 쪽으로 내려오는 신경이 눌려 하지근력 저하,종아리 저림,발바닥 시려움,배변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료방법으로는 미세현미경감압술이 점차 널리 시행되고 있다. 기존 척추고정술은 문제가 있는 척추뼈를 깨서 척추신경관을 넓힌 뒤 인조뼈 또는 자기뼈를 삽입하고 나사못으로 고정한 뒤 봉합하는 방법으로 전신마취와 10㎝ 이상의 절개가 불가피해 수술시간이 길고 회복이 지연되고 환자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이에 비해 미세현미경감압술은 1.5~2㎝만 절개하고 현미경으로 보면서 신경을 누르는 뼈나 인대를 미세하게 긁어내기 때문에 수혈이 필요없고 1시간 안에 끝난다. 체력적 부담이 덜하고 회복이 빠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