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않은 학생들 `0점' 처리…"학교별 순위 모두 정정해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실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해 큰 논란을 일으켰던 전국 고교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순위에서 오류가 발견돼 순위 자체를 정정하거나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 의원실을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 공개된 최근 5년간 고교별 수능성적 순위는 수능 각 영역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모두 포함한, 잘못된 자료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됐다는 것이다.

현형 수능은 선택체제여서 수험생들이 지망할 대학, 모집단위에 따라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영역을 각자 선택해 응시하게 돼 있다.

일례로 지난 12일 실시된 올해 수능에는 원서 접수자 기준으로 67만7천834명의 수험생이 지원했으며 이중 언어영역에는 67만6천956명, 수리는 63만6천408명, 외국어(영어)는 67만5천547명이 지원했다.

이번 성적 분석의 토대가 된 수능 원자료에는 수험생이 응시하지 않은 영역의 경우 `0'이라는 전산 코드가 표시돼 있다.

따라서 `0'이라고 표시된 영역의 수험생은 평균성적을 내는 등의 분석 때 아예 제외했어야 하는데 이를 모두 `0점'으로 처리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리영역에 응시하지 않은 예체능계 학생들이 많은 학교나 여고, 남녀공학 등의 순위가 크게 떨어지고 언어영역을 치르지 않은 학생들이 있는 과학고의 경우도 언어 성적이 지방의 고교보다도 낮게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잘못된 결과가 산출됐다고 일부 교사 등은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조 의원실로부터 자료를 받아 순위를 공개한 일부 언론은 최근 `예체능계 응시자를 빼고 분석한 결과 여고와 남녀공학의 고교 수리영역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게 상승했고 일부 학교의 경우 서울 최상위권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을 내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교 교사는 "수험생별로 응시 영역이 모두 다르고, 수시 1학기에서 합격한 우수 학생은 아예 수능을 보지도 않는 등 수능 체제가 획일화된 기준으로 성적을 비교할 수 없게 돼 있는데도 이를 가지고 고교별 순위를 매긴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당장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들이 이 잘못된 자료를 가지고 학생 선발에 참고할 수도 있고, 서울의 고교선택제를 앞두고 학부모들 역시 잘못된 정보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며 "교과부 차원에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별로 서열화된 자료를 직접 발표할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현재 연구진을 동원해 수능성적 자료를 분석,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인데 그때 이 문제를 정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김연정 기자 yy@yna.co.kr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