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구타 등의 가혹행위로 인해 정신질환이 생겼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신질환의 경우 직무수행과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해 온 기존 판례들과 다른 해석이어서 새로운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전대규 판사는 이모(51)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이씨가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보훈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처음 육군에 입대했을 때에는 정신상태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분대장 직책을 맡은 뒤 3개월만에 이상 증세를 보였다"며 "군생활 중 혹독한 기합과 구타 등의 가혹행위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분열증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분열증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발생하는 신경생화학적 변화로 이씨를 치료한 의사 역시 군복무로 인해 발병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평소 정상근무가 가능했던 기존 질병이 훈련 등으로 인해 재발ㆍ악화됐을 경우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공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79년 8월 육군에 입대한 이씨는 2년 뒤 하사관으로 임관해 분대장으로 배치됐고, 당시 소대장은 이씨가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며 야간에 군장을 매고 연병장을 돌게 하고 다른 분대원들이 보는 앞에서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그는 결국 분대장 직책을 받은 지 3개월만에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고 국군병원에서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아 1981년 6월 의병 전역을 했다.

이씨는 2002년 8월 서울지방보훈청장에 국가유공자등록을 신청했지만 보훈청장이 정신질환과 군생활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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