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교 안다닌다…내달이후 백신 접종"
보호시설 "집단감염 우려…조기 접종해야"


11일부터 전국 초·중·고교생들에 대한 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청소년쉼터 등 보호시설에 있는 아동과 청소년 대부분은 접종 순위가 다음 달 이후로 밀려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보건복지가족부와 서울 시내 청소년쉼터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2차 접종 대상자로 분류하고 18일부터 예약을 받아 다음달 7일부터 보건소 등에서 접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시설보호 아동과 청소년은 일반 학생과 달리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내달 이후에야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설보호 아동ㆍ청소년은 온종일 집단생활을 하기에 일반 학생보다 감염 위험성이 큰데도 이들을 예방접종 뒷순위로 미룬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보호시설 관계자는 "학교 중심 예방접종 정책 탓에 시설보호 아동과 청소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울 시내 일부 청소년쉼터 중에는 시설 내 집단 감염을 우려해 신규 입소를 중단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청소년쉼터 관계자는 "외부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된 아이가 들어오면 함께 숙식하는 아이들이 순식간에 전염될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규 입소를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보호시설 측은 집단감염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어 지역 보건소에 조기 예방접종을 요구했지만 정부 지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온다며 분개했다.

서울YMCA청소년쉼터 관계자는 "보건소에 언제부터 백신 접종이 가능한지 문의했더니 학교에 다니지 않아 접종순위가 뒤로 밀렸다는 말만 들었다"며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관계자는 "같은 나이의 친구는 학교에서 백신을 접종했는데 자기는 한 달 뒤에나 접종할 수 있다면 사회에서 소외당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시설보호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2008년판 '아동ㆍ청소년 백서' 기준으로 시설보호 아동ㆍ청소년의 수는 모두 4천227명이다.

이 아이들은 그나마 가출 청소년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 보호시설 관계자는 "시설의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한 달 늦게라도 백신을 접종할 수 있지만 길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은 신종플루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며 "이들을 신종플루에서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의 `2008년 가출 청소년(14∼19세)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가출신고가 접수된 청소년은 1만5천337명에 달했다.

2006년 국가청소년위원회(현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가출 청소년의 수를 약 10만명으로 추산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정부가 마련한 신종플루 예방접종 지침에 따라 시설보호 청소년들은 2차 접종 대상으로 분류됐다"며 "조만간 청소년쉼터 수용생들의 접종 시기를 앞당길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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