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사격장…유독가스에 '속수무책'
일본인 관광객 8명 등 10명의 사망자와 6명의 중상자를 낸 부산 신창동 실내 실탄사격장 화재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은 15일 "사격장 출입구 오른쪽 휴게실 쪽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격장 내부가 불에 크게 타지 않고 탄약고에 불이 붙지 않은 점,사망자 7명의 시신이 휴게실에서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휴게실 쪽에서 발화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설치된 CCTV 8대 중 7대는 작동 중이었으나 발화 당시 상황은 녹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공개한 40여분 분량의 CCTV 화면에는 일본인 관광객 11명이 9명과 2명으로 나뉘어 사격장으로 입장하는 장면부터 화재 신고 2분 전께 일본인 관광객 2명이 2개 사로에서 권총사격을 하는 모습까지만 담고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 에어컨 · 히터로 함께 쓰는 기기와 부탄가스가 든 것으로 보이는 가스버너가 있었다는 사격장 관리인의 진술과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는 목격자들의 말을 토대로 폭발에 이어 화재가 났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내부 구조에 익숙한 종업원들이 숨지거나 중화상을 입은 이유,38분 만에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 등도 풀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경찰은 총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지 못하도록 사격장 내부가 창문 하나없이 밀폐됐고 벽에도 합판 등이 설치된 데 주목하고 있다. 스프링클러 미작동도 대형 참사로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로 전원이 끊기면서 내부가 완전히 캄캄해지고 유독가스가 발생하자 순식간에 정신을 잃어 대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날 유족들을 찾아 위로하고 수습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청은 전국의 민간 사격장에 대해 방재대책 실태를 일제 점검키로 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