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부산 중구 신창동에 위치한 '가나다라 실내 실탄사격장.'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운젠(雲仙)시 아즈마(吾妻) 중학교 출신인 아라키 히데테루씨(36 · 荒木英輝)는 동창생 7명과 함께 2층 사격장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다른 일본 관광객 3명과 한국인 가이드 2명,사격장 종업원 1명도 있었다. 이들이 들어간 지 15분여 뒤인 오후 2시26분께.갑자기 사격장으로 들어가는 2층 입구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유독가스와 시꺼먼 연기는 순식간에 사격장과 휴게실을 덮쳤다. 사격장엔 방음을 위해 창문조차 만들어져 있지 않아 이들은 꼼짝없이 유독가스에 갇히고 말았다. 하라다 요헤이씨(37) 등 일본인 3명과 세일관광 가이드 문인자씨 등 6명은 통로와 가까운 곳에 있어 사고현장을 빠져 나왔지만 아즈마 동창생 8명과 이들을 인솔했던 KR관광 가이드 이명숙씨 및 사격장 종업원 1명은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소방본부와 일본 방송 등에 따르면 이 불은 내부 277.43㎡를 태우고 40여분 만에 꺼졌다. 사망자 10명의 시신은 인근 병원에 수습됐으며 부상당한 6명은 하나병원(5명)과 동아대병원(1명)으로 후송됐다. 일부 부상자는 심각한 상태다.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다. 이갑형 부산중부경찰서장은 "탄약고는 전혀 불에 타지 않았고 소파에 담뱃불이 옮겨붙었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피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에 난방용 가스가 새 폭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실내 사격장이라는 특성상 방음 및 차폐시설이 견고해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방송들은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내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숨진 것으로 확인된 회사원 이나다 아쓰노부씨(37)는 중학 3학년 장남을 포함해 4명의 자녀를 둔 가장.가족은 작년에 이나다씨가 바라던 딸(1)이 태어나 가족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오열했다. 장남은 "늘 상냥하고 친절한 아빠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