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준비에 신종플루까지..'늦잠도 자고 마음껏 놀고도 싶은데'

전국의 고3 수험생들이 12일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14일 첫 주말을 맞았지만 논술 등 수능 이후 대입 전형을 준비해야 하는 탓에 여전히 `수험생 모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신종플루 감염 확산을 우려한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에 수험생의 집단행사 참가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 수능 후 첫 주말치고는 조용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 "수능 끝났어도 아직 수험생" = 대전지역 고3생들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기말고사 준비에 돌입했다.

이 지역 고교 대부분은 돌아오는 월요일(16일)부터 고3학생을 상대로 기말고사를 치를 예정이다.

대전 대덕고 임봉수 교장은 "고3학생들이 수능 후 진로에 관한 고민이 많고 기말시험도 목전이라 이번 주말엔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기말고사가 끝나면 현장 체험학습 등 학생의 흥미를 끌 만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수능 후 첫 주말을 맞아 대입 논술시험을 대비한 `수능 후 논술캠프'와 대형 사교육업체가 주관한 입시설명회가 잇따라 열린다.

부산지역 인문.사회계열 고3학생 104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날 부산학생교육원에서 열린 논술캠프에는 시교육청 논술교육지원단 소속 교사 15명이 강사로 나와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모의논술을 치르는 등 실전 대응력 향상에 힘을 기울였다.

캠프에 참가한 한 수험생은 "주말을 맞아 늦잠도 자고 친구들과 마음껏 놀고 싶다"면서도 "목표로 하는 대학에 들어가려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지원전략도 짜야 하고 논술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소영(18.청주여고 3년)양도 "시험준비에 지쳐 수능 후 첫 주말만큼은 잠을 푹 자고 싶었지만 논술 준비로 쉴 틈이 없다"며 "1년 동안 모아둔 신문사설과 칼럼을 읽어보고 세종시 수정 문제와 신종플루, 행정구역 통합문제 등 시사성이 강한 이슈를 찾아 조용히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지역을 비롯한 지방 수험생 가운데 상당수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가 학원에서 논술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미술이나 음악 등 예능계열 수험생 중에도 서울의 학원가에서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 신종플루 여파.."갈 곳도 없어요" = 기온이 떨어지면서 신종플루 감염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지역 교육당국은 대규모 감염사태를 우려, 산업체 견학이나 공연 관람 등 집단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일선 학교에 요청했다.

전북지역은 신종플루 확산을 우려한 도교육청이 각 학교에 대규모 행사 자제를 요청한데다 날씨까지 쌀쌀한 탓에 수험생들은 집에서 쉬거나 가볍게 여행을 다녀오는 등 차분한 분위기속에 주말을 맞았다.

신동빈(18)군은 "수험생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고, 학교에서도 사람이 많은 곳은 가지 말라고 해 집에서 푹 쉴 생각"이라며 "주위 친구들도 가벼운 여행이나 영화 감상 등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등도 지난해까지는 수능을 치른 수험생에게 산업체 견학을 허용했으나 올해에는 신종플루가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단체 견학을 금지했다.

시교육청은 또 신종플루가 수그러들 때까지 수험생의 단체 문화공연 관람도 자제하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라 일선 고등학교는 규모가 작거나 교내에서만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짜며 대책 내놓기에 부심하고 있다.

울산대와 울산과학대, 춘해대 등 지역 대학들도 수험생을 한꺼번에 대학에 초청하는 대신 대학 관계자가 일선 고교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입시설명회를 치르는 등 수험생의 건강 확보에 유난히 신경쓰는 분위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작년까지 대다수 고교가 수능이 끝난 수험생을 위해 지역 산업체 견학과 문화공연 관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신종플루로 단체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전했다.

(대전.부산.울산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stns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