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꽃게잡이에 나선 불법조업 중국어선이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근해에 현지 어민들이 쳐놓은 꽃게잡이 그물을 잘라 달아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대청도 어민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옹진군 대청면에 사는 이 씨는 지난 5일 오전 10시께 대청도 동쪽으로 어선을 타고 30분 거리, 약 7km 떨어진 어장에 쳐놓은 그물을 살피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꽃게잡이를 위해 쳐놓은 통발 13개 틀 가운데 6개 틀(900만원 상당)을 누군가가 모두 잘라 달아난 것이다.
 
 지난 9월 구입, 2개월도 사용하지 않은 어구이어서 이 씨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없었다.
 
 이 씨는 “기상악화로 5일 정도 조업을 못 나갔다가 출항했는데 통발이 사라졌다”며 “대청도 어민들은 모두 조업을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인근에 자주 나타나는 중국어선의 소행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같은 섬에 사는 김 씨도 이 씨 어장 인근에 쳐놓은 통발 3개 틀(450만원 상당)을 함께 도난 당했다.
 
 이 씨 등 마을 어민들은 유실이 아닌 ‘통발 도난’이 이번뿐 아니라 작년부터 종종 있었다며 대청면사무소와 옹진군에 피해 상황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어선이 통발을 훔쳐간 것이 사실이라면 통발에 걸린 꽃게를 손쉽게 얻을 수있는 데다 통발을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어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 씨는 13일 “통발은 한번 구입하면 2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며 “올해 조업은 이미 큰 타격을 입었고 내년 봄 또 거액을 들여 통발을 사야할 입장이어서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대청면에 따르면 작년 11월에도 대청어민의 통발어선 11척이 쳐놓은 통발 33개 틀이 없어지는 등 지난해만 비슷한 어구 도난 사례가 3건이나 보고됐으며 그물 도난사건은 해경 등의 단속강화로 중국어선의 ‘싹쓸이’조업이 사라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상악화로 며칠씩 조업이 통제되고 난 후 도난이 빈번하게 발생, 불법조업 중국어선의 소행이 거의 확실하지만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범인(?)을 특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검거할 방법이 없어 영세 어민들은 꼼짝없이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민원을 접수한 옹진군도 어민들의 억울한 심정을 헤아려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기상특보 등에 따른 국가적 재난재해로 인한 어구 도난.분실 사례는 보상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어구 도난이 중국어선의 소행임을 증명할 길이 없어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