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약간 쉬웠지만 여전히 `최대 변수'
수능 끝난 학생들 "외국어.과탐 어렵다"

12일 실시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수리영역이 고득점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리는 `매우 어려웠다'고 평가받는 작년 수능과 비교해서는 약간 쉬워진 것으로 분석됐지만 최상위권과 상위권, 중하위권을 가르는, 변별력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언어도 작년보다 약간 어려워 최상위권 학생들로서는 `실수'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며 외국어도 어렵다는 반응이 다수여서 `복병'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해 남은 입시는 정시모집 인원 감소, 수능 우선선발 확대, 학부제의 학과제 전환, 응시생 증가 등의 영향으로 수능 비중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어서 인기 모집단위의 경우 극심한 `눈치작전'이 예상된다.

◇ 언어, 작년보다 약간 어려워 = 언어영역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본부가 밝힌 대로 난이도는 대체로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듣기'의 경우 강연, 수업, 소개, 협상 등 실제 언어생활과 관련된 문제가 주를 이뤘는데, 두 동아리의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협상 전략을 이해하고 협상 결과에 따른 세부내용을 파악할 것을 요구하는 문항 등이 대표적이다.

숲에 내리는 비를 보고 쓸 거리를 생각하는 문항이 나온 `쓰기'나 청유형 표현의 다층적인 이해를 요구하는 문제가 나온 `어휘.어법' 등도 작년과 비슷했다는 평가다.

`비문학 읽기'는 조선시대 지행론, 기업결합 양상, 유전적 특성, 음악기호 등을 소재로 한 문제가 나왔고 체감 난도 역시 상당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문학 읽기'는 수험생에게 익숙한 승무(조지훈), 지리산 뻐꾹새(송수권), 면앙정가(송순), 관촌수필(이문구), 만복사저포기(김시습) 등이 지문으로 선보여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으로 풀이됐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약간 어렵거나 비슷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희민 하나고 교사는 "지난 6월, 9월 모의평가보다는 조금 쉽고 작년 수능보다는 다소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고, 종로학원ㆍ중앙학원ㆍ진학사 등의 입시기관도 "작년 수능보다는 (다소) 어렵다"고 분석했다.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의 대학진학지도 지원단 교사들과 메가스터디는 "작년과 유사한 수준의 문항으로, 전반적으로 평이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 수리, 다소 쉬웠으나 여전히 최대변수 = 수리는 가, 나형 모두 대체로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쉬웠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출제본부도 "두 차례 모의평가가 어려운 편이었다는 평가를 반영해 가형에 대한 변별력을 고려하되 전체적으로 적정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간도형에서 구와 평면이 만나서 생기는 도형의 정사영(正射影)의 성질을 이용해 특정 각도의 최대값을 구하는 가형 25번, 직선과 로그함수 그래프의 교점의 성질에 대한 보기 중 참.거짓을 판별하는 가, 나형 공통 16번, 수열의 극한과 도형의 성질이 통합된 나형 25번 등은 고난도, 신 유형의 문제로 꼽힌다.

입시전문 기관은 대체로 작년과 비슷하거나 쉬웠다고 평가했으나 다소 어려웠다는 의견도 나왔다.

EBS 강사인 이금수 중대부고 교사는 "수리 가, 나형 모두 작년 수능과 유사하거나 6,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쉬웠다"고 평가했고 메가스터디, 청솔학원, 비상에듀 등도 "작년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메가스터디는 "나형은 새 유형의 문제나 고난도 사고력을 요하는 문항이 적었고 모의평가 문항과 유사한 형태가 많아 체감 난도가 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은 "수리는 쉬웠다고 해도 상위권 수험생간 차이가 많이 나 표준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경향이 있어 결국 이 과목을 잘 본 학생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리가 작년과 비슷하거나 쉬웠다고 해서 변별력까지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여전히 상위권 학생이나 특목고생 등이 유리할 것이라고 입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점쳤다.

작년 수능의 경우 수능체제가 등급제에서 표준점수제로 환원되면서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상당히 어렵게 출제됐던 만큼 이번 수능에서도 역시 수리가 고득점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 `어려운 외국어' 변수될 듯 = 출제본부는 외국어영역에 대해 "지문 길이는 그동안의 시험과 비슷했다"고 밝혔지만, 작년 수능보다 지문도 길고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듣기ㆍ말하기의 경우 지문이 다소 길어지고 녹음 속도가 빨라 최상위권을 제외한 학생들은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라는 평가다.

독해에서는 3점짜리 문제인 28번 빈칸 추론 유형, 40번 삽입 문제 등이 지문도 길고 해석도 어려워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매우 높았을 것으로 예상됐다.

종로학원은 "작년 수능보다 약간 어렵지만 상위권은 비슷하고, 6월이나 9월과 비슷하다"고 했고, 유웨이중앙교육은 "작년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빈칸 추론 문제가 7문제 정도 나왔다.

작년보다 약간 어려웠다"고 했다.

EBS 수능분석강사인 윤연주 이화여고 교사는 "지난 6, 9월 모의고사에서 문항수 및 문제 구성에 있어 변화가 있었는데,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모의평가와 비교할 때는 다소 쉬웠고,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사이에서도 대체로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이 중상위권이라는 최모(18) 양은 "영어가 너무 어려워 당황했다"고 말했고, 외고 출신의 한 재수생 역시 "전체 과목으로 볼 때는 괜찮았는데 외국어는 조금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 탐구 일부 과목은 까다로워 = 사회탐구 영역에서는 제주도 화산지형에 대한 개념 이해, 조선 태형령을 통한 무단통치 개념, 직장내 성희롱 등 주변 생활 사례나 언론 매체에서 다루는 시사성 있는 소재가 많이 출제됐다.

`측은지심'(惻隱之心. 타인을 안타깝게 여기는 타고난 마음)의 뜻을 묻는 문제나 조선시대 관료의 이력, 안중근 의거에 관한 자료 등을 이용한 문제 등은 새로운 유형의 문제들로 꼽혔다.

대부분 기출문제와 평가원 모의고사와 유사한 유형의 문제로, 난이도는 작년 수능과 비슷하고 올해 6, 9월 모의고사보다는 약간 쉬웠다는 평가다.

과학탐구 역시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을 주고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이 많았다.

전체 과목으로 보면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다만 자료해석을 요구하는 신유형의 문제가 다수 출제된 화학과 생물 등은 다소 까다로웠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