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환자 수험생 분리시험실서 치러

12일 국민적 관심 속에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지만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수능시험장 모습은 예년과는 사뭇 달랐다.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신종플루 감염확진 및 감염의심 수험생의 명단을 넘겨받아 확진환자와 의심환자용 분리시험실을 각각 설치했다.

대부분 학교는 본관과 떨어진 별관에 분리시험실을 설치하거나 별관이 없는 경우 일반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교실과 다른 층에 분리시험실을 마련했다.

이날 취재가 허용된 서울시내 12개 고등학교 중 계성여고, 풍문여고, 휘문고 등 9개 시험장에서 1명에서 3명까지 신종플루 확진 및 감염환자가 시험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중구 계성여고는 당초 감염확진환자 1명, 의심환자 2명이 시험을 볼 것으로 통보받고 감독관 7명과 보건교사 1명을 배치했지만 시험시작 10분 전인 오전 8시30분까지 입실을 완료한 학생은 감염의심환자인 전모(19.여)양뿐이었다.

전양이 시험을 치른 분리시험실은 넓은 교실에 마스크를 쓴 감독관 2명과 전양만 있어 적막한 분위기였다.

전양은 마스크를 쓴 채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훑어보며 시험에 대비했으며, 감독관들도 교실 온도를 점검하고 듣기평가 방송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전양이 신종플루로 시험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전양은 "나흘 전부터 타미플루를 복용해 현재 컨디션은 약간의 두통이 있는 정도"라며 "몸 상태보다 감독 선생님 두 분이 나만 바라본다는 점이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감염확진환자용 분리시험실에 배치된 감독교사 2명은 시험 시작시간이 다 되도록 학생이 입실하지 않자 학생의 몸상태를 염려하며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진환자 시험실 감독관 조성일(50)씨는 "그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을텐데 신종를루 때문에 수능을 포기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옥여고도 감염의심환자 유모(19.여)양을 위해 분리시험실을 마련하고 감독교사와 보건교사 등 8명을 배치했다.

유양은 "월요일부터 타미플루를 복용해 현재 몸상태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시험 직전 몸이 아파 마무리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이 학교 분리시험실 감독관 구모(50.여)씨는 "다행히 학생의 몸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너무 요란을 떠는 것 같아 감염학생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들은 일반시험실에서 시험을 보는 학생들도 발열 등 신종플루 증상을 보일 경우 분리시험실로 옮겨 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각 학교는 오전 8시10분께 신종플루 감염이 의심될 경우 시험도중이라도 즉시 감독교사에게 통보하라는 안내방송을 했으며 교실마다 손세정제를 비치, 시험을 보기 전 손을 소독하도록 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신종플루 확진이나 의심환자로 확인된 수험생은 전국에서 2천821명으로 집계됐으며 분리시험실은 전체 1천124개 시험장 가운데 895개 시험장에 마련됐다.

(서울=연합뉴스)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