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변호사 법무사 의사 등에 대해 신문 · TV 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변리사 공인회계사 선발인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전문 자격사 제도의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력 확대를 위해 이 같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을 보면 먼저 자격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일부 업무를 개방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소화제,감기약 등 의사 처방이 없어도 되는 일반의약품(OTC)을 약국이 아닌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팔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변리사와 공인회계사,세무사,감정평가사 등의 선발 인원을 대폭 확대해 진입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개업이나 이전 광고만 가능한 변호사 법무사 의사 관세사 등에 대해선 신문 · 방송광고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의 경우 승소율과 석방률,특정사건 수임경험 등을 담은 광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 밖에 △전문자격사 한 명이 사무소 1곳만을 낼 수 있도록 제한한 '1인 1사무소' 규정을 폐지하고 △변호사-법무사,변호사-회계사 등 이종(異種) 자격사 간 동업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허경욱 재정부 1차관은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을 통해 성장했듯이 이제 전문자격사 등 서비스업종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공영호 평택대 행정학 교수도 "우리 사회에서 전문자격사는 철밥통으로 불린다"며 "선발인원 확대와 업종 간 동업 허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관련 업계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박봉욱 한국감정평가협회 이사는 "감정평가사 선발인원을 늘리면 1인당 수익성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감정평가 수수료를 자율화하는 것도 평가요청자와 평가사 간 담합을 하는 폐해만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대구광역시 약사회는 공청회장에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대구약사회 관계자는 "약사자격증이 없는 사업자의 약국개업 허용은 거대자본에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법률 분야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찬반의견이 팽팽했다. 고학수 서울대 법대 교수는 "영국의 로펌 한 곳에 소속된 변호사가 3500명인데 우리나라는 전체 변호사를 다 합해도 1만명에 불과하다"며 변호사 선발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국운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는 "법률자문 업무를 변호사가 독점하게 하는 구조를 바꿔 법무사,세무사 등도 할 수 있도록 업종 간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진영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미국과 영국엔 세무사나 법무사,노무사 등의 자격사가 없으며 이들의 업무를 변호사가 맡는다"며 "변호사 숫자를 선진국과 단순 비교해 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