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처리 협의 착수..의사 혐의입증 관건

경찰의 어깨탈구 병역비리 수사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경찰은 아직 확인할 부분이 많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들이 병역감면을 받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했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경찰이 의사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경찰의 수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사건을 수사 중인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A 병원에서 어깨탈구 수술을 한 뒤 병역감면 조치를 받은 203명 가운데 병역기피 혐의가 확인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 문제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과 협의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병역기피 혐의자 가운데 5명의 수사자료를 검찰에 보내 검토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들이 병역기피를 위해 어깨수술을 받았다고 인정하더라도 동시에 어깨가 아팠다고 주장할 경우 구체적인 질환내용과 이에 대한 수술이 필요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전문가의 견해 등이 필요하다"며 보완토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제3의 의사들을 상대로 수술기록 등에 대한 감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또 병역기피 혐의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병역문제 등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한 뒤 병역 기피의도를 가지고 수술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병역 관련 카페.블로그에 이들이 올린 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당분간 수술기록에 대한 감정과 인터넷 카페 게시글에 대한 분석작업 등 보완수사에 주력해 혐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찰과 다시 협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병역비리 사건 수사는 다음주께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 7월 보험사기사건을 수사하던 중 A병원에서 어깨탈구 수술을 받은 20대들이 무더기로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4∼5급 판정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병무청으로부터 203명의 병사용진단서 등 자료를 건네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그동안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5명을 제외하고 198명을 소환 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90여명으로부터 '병역기피 목적으로 어깨수술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았다.

경찰은 당초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의 지원을 받아 7개 팀 42명으로 전담반을 꾸리는 등 수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수사 초기에 자신감을 보였던 경찰이 의사들의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소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그동안 어깨수술을 한 A 병원 의사 3명을 두 차례씩 소환해 수술 당시 환자들의 병역기피 목적을 알았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의학적 판단에 따른 수술이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의사들을 다시 소환해 당시 어깨상태가 수술할 필요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재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이 의사들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것은 어깨탈구 수술을 통한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의사를 제외하고 병역기피자만 처벌 대상으로 삼을 경우 자칫 부실수사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2007년 축구선수 등 수십명에게 어깨탈구 수술을 해준 의사가 검찰 수사를 통해 의료법 위반이 아닌 병역법 위반으로 2심까지 실형이 선고된 사실이 있어(현재 대법원 계류중) 의사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경찰 수사는 병역기피 혐의자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수술을 해준 의사의 혐의 유무를 확인하는데 집중될 전망이다.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