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미국에서 음반사와 영화사를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예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가 배급하는 영화에서 한국 배우론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게 됐어요. 그러나 아직 성룡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성룡이나 브루스 리는 웬만한 미국인들이 다 알지만 저는 이제 할리우드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고나 할 수 있습니다. "

워너브라더스가 오는 26일 미국과 한국 등에서 동시 개봉하는 '닌자 어쌔신'의 주연배우 비(정지훈)의 소감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화끈한 액션으로 닌자를 암살하는 자객으로 등장한다. 그가 조연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스피드 레이서'(2007)에 이어 조엘 실버와 래리 · 앤디 워쇼스키 형제 감독('매트릭스' 제작팀)과 함께 작업한 영화다.

"당시 래리가 닌자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어요. 저는 혹시 그 역할을 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나왔습니다. 그러다 예고되지 않은 싸움 신이 있었는데 저에게 해보라고 하더군요. 어릴 때부터 익힌 태권도와 합기도 실력을 보여줬죠.이후 래리와 앤디 형제가 날 만나자고 하더니 '닌자'의 주인공으로 쓰겠다고 하더군요. 즉각 몸만들기에 들어갔죠."

그는 아시아인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했다.

"저를 할리우드로 데려가려는 게 아니라 절 이용해 아시아에서 돈벌이를 하겠다는 거였어요. 가령 유니버설 사장은 앨범을 아시아에서 낼테니 돈은 나에게 내라고 했지요. "

그래서 그는 직접 미국으로 가서 열심히 뛰어다녔다. 음반사 사장이 언제 부를지 몰라 음반을 항상 소지하고 다녔다. 영화 출연을 위해 12시간 동안 영화사 밖 길거리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워쇼스키 형제의 눈에 들었다. 이번 영화 개런티는 6억원에다 관객과 캐릭터상품 매출에 따라 수익을 추가로 받는 조건이다.

'닌자 어쌔신'은 미국에서 A급 영화 수준인 2800개 스크린에서 개봉된다.

"미국에서도 흥행 1위를 하고 싶습니다. 그게 안된다 해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꾸준히 도전하다보면 언젠가는 아시아인 주연 영화로 정상에 오를 것을 믿습니다. "

그는 차기작으로 '오션스일레븐'류처럼 여러 스타들과 함께 출연하는 할리우드 영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아시아 팬들을 위해 한국 방송드라마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