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에도 신종플루 예방접종 바람직
신종플루 확진여부 상관없이 증상 땐 타미플루 복용해야


임신부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신종플루 예방접종이 다음 달로 예정된 가운데 임신부와 생후 6개월에서 만 6세 이하 영유아를 가진 부모들 사이에 신종플루 감염과 예방백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바로는 임신 중 신종플루 감염은 유산 등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산모의 고열증상은 태아에게 선천성 기형과 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임신 중에 복용하더라도 태아의 선천성 기형 발생률을 높이지 않는 만큼 신종플루에 감염됐거나 감염자와 접촉한 사실이 있다면 이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산부인과 안현영 교수의 도움말로 임신부 및 태아에 대한 신종플루 감염 영향과 예방접종에 대해 들어본다.

◇ 임신 중 신종플루에 감염되면 증상은 = 임신부는 빈호흡이 흔하기 때문에 호흡곤란 등의 신종플루 증상과 감별이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달리 인후통, 기침, 오한, 고열 등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또한 두통과 전신피로, 근육통, 관절통, 구토, 설사, 콧물, 코막힘과 같은 증상도 동반한다.

많은 임신부에서 신종플루 감염은 합병증이 없는 전형적인 독감처럼 지나가지만, 일부 임신부는 급격한 진행과 함께 폐렴을 포함한 2차 세균감염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 임신 중 신종플루에 감염의 위험성은 =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8일까지 미국 내 보고에 따르면 건강한 여성일지라도 임신 기간 중 신종플루 감염은 중증 질환 발생을 4~5배 증가시켜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전체 사망자 중 13%는 신종플루 감염 이전에 건강했던 임신부였다.

이 점 때문에 임신부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과거 스페인독감(1918~1919)이 유행했을 때도 임신부의 독감 치사율은 27%로 매우 높았으며, 당뇨와 천식 등의 만성 질병을 앓는 임신부가 독감 합병증에 걸리는 비율도 비임신 때와 비교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내과적 질환을 앓는 임신부의 경우 보다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독감에 걸린 임신부는 조산 및 유산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과 관련한 신종플루의 합병증으로는 태아 빈맥과 같은 태아곤란증과 고열, 조기진통, 조산, 유산, 모성사망 등이 있다.

임신 중기 이후의 산모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시에는 조기진통, 조기양막파열 등의 위험이 높고 초기 임신의 경우에는 유산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인자로 여겨지지 않지만, 인플루엔자 감염에 따른 고열은 태아의 신경관 결손증과 다른 선천성 기형 발생을 증가시키게 된다.

또한 분만 진통 중의 고열은 신생아 발작과 영아 뇌병증, 뇌성마비를 비롯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따라서 임신 중 고열이 있다면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제와 수액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 임신 중 신종플루의 진단과 치료는 = 모든 임신부는 고위험군으로, 신종플루로 확진되거나 의심되는 경우 항바이러스를 투여하는 게 태아와 임신부 모두에게 유익하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라도 신종플루가 의심된다면 증상 발현 48시간 이내에 타미플루 치료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열이 나면 즉시 타이레놀로 열을 떨어 뜨려야 하고, 증상 완화를 진해거담제, 항히스타민제제 등도 함께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격리 지침을 따라야 하며 물을 많이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그러나 폐렴이나 고열, 호흡곤란, 흉통, 급작스런 어지럼증, 심한 구토, 태동 감소 등이 나타나는 경우 즉각 병원을 찾아야 한다.

증상이 있는데도 신종플루에 대한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면 신종플루 환자와 접촉한 경험이 있는지를 고려해 타미플루를 하루 1회 10일간 예방적으로 계속 복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접촉경험이 없다면 타미플루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신종플루가 계절 독감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고 RT-PCR 검사결과가 위음성(양성인데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는 것)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의사의 판단에 따라 계속해서 5일간 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질병관리본부의 임상진료지침에 따라 신종플루가 의심되면 RT-PCR검사를 생략하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을 수 있다.

◇ 신종플루 감염 중 분만하게 된다면 = 신종플루 감염 중 분만하게 되면 분만 즉시 신생아와 격리돼야 한다.

이때 타미플루 복용 후 48시간 이내이거나 열이 없어지기 전이라면 신생아와의 접촉이 금지된다.

일반적으로 증상은 신종플루에 노출된 후 1주일 이내에 발생하며, 이후 약 8일간 전파가 가능하므로 격리가 필요하다.

초기 격리기간이 지나더라도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고, 다음 7일간은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모유수유는 = 모유수유를 통한 신종플루의 전파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항체 생성력이 떨어지는 6개월 미만의 영아는 수유를 통해 엄마의 항체를 전달받아 면역력을 확대시키고 필수 영양소를 공급받기 때문에 엄마가 신종플루에 걸렸다 하더라도 모유수유는 더욱 강력히 권장된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모유를 수유 중인 임산부가 타미플루를 복용할 때 아기가 모유를 통해 섭취하는 타미플루의 농도는 1일 0.012㎎/㎏으로 일반적 소아 용량인 1일 2~4㎎/㎏보다 훨씬 적다.

신종플루에 감염된 수유모와 영아는 일시적으로 격리되는 게 좋으므로 이때는 유축기를 이용해 짠 젖을 건강한 가족 구성원이 우유병으로 주는 게 바람직하다.

이때 돌봐줄 가족구성원이 없다면 마스크와 손 씻기 위생을 철저히 하고 재채기와 기침에 주의하면서 아기에게 직접 젖을 먹여도 된다.

◇ 임신 중 신종플루 예방접종은 안전한가 = 예방접종을 할 수 없는 6개월 미만 영아들에게 항체를 만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임산부가 예방 접종을 받는 것이다.

고위험군인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받게 되면 임신부의 항체 생성을 도울 뿐 아니라 태아에게 항체를 전달해 분만 이후 신생아 시기의 감염을 예방해 준다.

또한, 6개월 미만의 영아를 돌보는 수유모 역시 예방접종으로 만들어진 항체가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된다.

임신부 및 영유아의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예방접종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계란 알레르기가 있거나 과거 계절독감 예방접종에서 길렌바레 증후군(Guillain Barre Syndrome)을 겪은 경우에는 접종이 금기시된다.

◇ 현재 신종플루 대응단계에서 임신부 생활 지침은 = 충분한 휴식과 수면, 규칙적인 생활과 영양공급이 가장 중요하다.

임신부는 병원 방문 이외에는 되도록 사람이 밀집한 장소는 피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외출 후나 입과 코를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로 코와 입을 가리고 사용 후 휴지는 반드시 버리도록 하며 가급적 기침을 하는 사람과는 근접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

신종플루로 확진된 환자와 생활하거나 밀접하게 접촉한 경우, 독감 유사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 등에는 즉시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신종플루에 걸린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각자 방을 쓰도록 하고, 가능하면 직접적인 신체접촉은 자제하면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를 철저히 한다.

청소, 빨래와 설거지는 평소대로 하되 식사는 따로 하는 게 좋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