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조합원들이 전임자의 임금을 책임지는 것이 노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첫걸음입니다. "(세이케 아츠시 일본 게이오대 총장)

지난 4일 '한국의 사회 갈등과 경제적 비용'이란 주제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특별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노사관계 선진화와 노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김장호 숙명여대 교수(사회)=한국은 1996년 기업 내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노동법에 들어있지만 정작 노동계의 반발로 13년째 시행을 못하고 있다.

▼해리 캐츠 코넬대 ILR스쿨 학장=복수노조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민주 사회라면 인정해야 하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은 기업 내 노조들 중 하나가 배타적인 교섭권을 갖는데,이는 개별 협상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복수노조가 필연적인 흐름이라면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의 비용을 어떻게 낮추느냐 하는 데 있다.

▼세이케 아츠시 게이오대 총장=일본 역시 복수노조를 허용한다. 다양한 견해를 가진 근로자들이 있기 때문에 강성파와 온건파는 다른 노조에 속하는 게 자연스럽다.

▼김 교수=전임자 지급금지 문제도 관건이다. 한국은 전임 노조원이 많기 때문에 복수노조를 허용하면 전임자 수도 더 늘어나게 되고 기업들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임자 임금 문제는 기본적으로 복수노조 문제와 한 패키지다.

▼세이케 총장=일본의 전통은 금지다.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급여를 받는 노조 전임자가 노조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노조는 노조 사무실 임대료도 회사에 꼬박꼬박 낸다. 그래야 독립성이 커져 회사에 제대로 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임자들 임금 지급을 걱정하는 작은 회사에 전임자가 있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캐츠 학장=대부분 국가들은 규제보다는 기업과 노조의 협상에 맡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일을 하지 않는)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건 (일을 하는)근로자들에게 줄 월급이 줄어드는 것이기에 난센스다. 전임자에게 임금을 안 주면 노조의 힘이 약해진다는 우려는 노조가 건전한 독립성을 갖추는 과정이라고 바꿔서 생각해야 한다.

▼김 교수=노조의 미래상에 대해 생각해보자.지금 세계적인 트렌드는 유럽식 고용 유연성 제고 정책과 영국식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의 혼합이다.

▼캐츠 학장=국제적으로 볼 때 노조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사기업은 다국적 기업이 속속 나오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다지고 있지만 노조는 기업 안에만 머물며 임금과 고용 문제만 들여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도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또 노조는 근로자들의 커리어 트레이닝에도 주력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인 직업 교육을 하는 것이 노조의 미래상이다.

▼세이케 총장=노조의 힘이 약해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비정규직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과 서비스산업이 계속 발전하는 것이다. 서비스업 발전은 파업에만 의존하던 기존 제조업 노조의 활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비정규직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노조는 정규직을 늘리라고 요구하면서도 비정규직 보호엔 소극적이다. 노조가 근로자를 대변한다는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비정규직도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