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고통 줄 의도라면 폭행"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9일 용산구청 앞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 정모씨 등 3명에게 일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 최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집회나 시위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소음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폭행으로 볼 수는 없지만 합리적 범위를 넘어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의도로 음향을 이용했다면 이를 폭행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폭행 여부는 음량의 크기나 지속 시간, 행위자의 의도, 공무원과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원심은 음향 발생이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이 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일부 무죄를 선고해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정씨 등은 용산구청에 확성기가 설치된 승합차를 타고 들어가 1∼5시간씩 시위 방송을 하고 구청장 등에 관한 허위사실을 말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시위 방송을 했다는 공무집행방해죄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봤으나 항소심은 물리적 폭력이 없었던 만큼 이 부분에 한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