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72개월 늘려…정부 "이상 없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딸이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거점병원에서 타미플루를 구입한 양모(52)씨는 최근 지인에게서 찜찜한 얘기를 들었다.

신종플루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자 정부가 급히 시중 약국과 병원에 공급한 '정부비축용 타미플루'가 사실은 애초 규정된 유효기간을 한참 넘긴 약이라는 것이다.

약을 사면서 유효기간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양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약 상자에 찍힌 유효기한을 확인해보라고 했는데, 그 결과가 당혹스러웠다.

약 상자 뒷면에 '유효기간을 60개월에서 72개월로 연장해 2011년 1월까지'라는 문구가 적힌 큼지막한 스티커가 붙어있다는 게 딸의 설명이다.

그 스티커를 벗기자 이번에는 '48개월에서 60개월로 연장해 2010년 1월까지'라고 표시된 또 다른 스티커가 나왔고, 그것마저 긁어내고서야 비로소 또렷하게 새겨진 '2009년 1월까지'라는 원래의 유효기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씨 딸은 애초 유효기간에서 9개월이 지난 타미플루를 복용했던 것이다.

양씨는 6일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약을 딸에게 먹였다는 생각에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정부가 1번도 아니고 2번씩이나 유효기간을 연장한 약을 국민에게 줬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서울시내 일부 약국은 '유효기간 연장 스티커'가 붙은 타미플루를 받아간 일부 환자들에게서 가끔씩 부작용이 있는지, 약효는 같은지 등을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타미플루 공급총책 역할을 하는 정부는 "현재 유통되는 제품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타미플루 수입업체가 유효기간 변경 신청을 하면 식약청에서 약품의 성상과 함량 등 기준 항목에 대해 직접 엄격한 시험을 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될 때만 허가한다는 것이다.

타미플루는 2000년 국내에 처음 시판될 당시 유효기간이 2년이었으나 이후 4차례 이러한 심사를 거쳐 현재는 7년으로 늘어났다.

유효기간 연장에 대한 별도의 심사가 진행되는 정부비축분도 정부가 구매를 시작한 2004년에는 일반 제품의 유효기간에 맞춰 4년으로 책정됐지만, 작년 7월과 올 6월 1년씩 연장돼 지금은 최대 6년이다.

즉, 유효기간이 연장된 제품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승인된 것일 뿐더러 정부비축분도 일반 제품의 유효기간 내에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비축분도 제품의 변질을 예방하기 위해 지정된 대형 창고에서 일반 제품과 마찬가지로 특별 관리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정부비축분은 실내 온도가 항상 섭씨 25도 이내로 유지되는 실온 상태에서 보관된다.

이 환경에서 제품이 변형되거나 변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씨의 경우처럼 유효기간 연장 스티커가 2개 붙어 있는 제품은 정부가 비축을 시작한 2004년이나 2005년 초반 제조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제품의 제고가 현재 거의 바닥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에 대한 민원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