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다 가용인력 총동원에 진료시간도 연장

"이러다 우리가 먼저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4일 오후 1시 대전시 서구 가수원동 건양대병원 응급실.
신종플루 지역거점병원인 건양대병원의 내과 레지던트인 송현정(28.여)씨가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간다.

송씨는 하루평균 250여명정도 되는 신종플루 환자를 돌보려고 응급실과 입원실을 뛰어다니고, 또 외래환자를 보려고 진료실에 있다 보면 점심도 거르기 일쑤고,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송씨는 "신종플루 진료도 보고 병동의 환자도 보려니 아무래도 피로가 쌓이고 있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집에 들어간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송씨는 "환자를 위해서는 내 몸이 좀 힘들더라도 온 힘을 다해 진료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신종플루 전염병 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가운데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최일선에서 뛰는 거점병원 의료진들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병원들은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한정된 인원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날씨까지 추워지면서 환자가 더욱 늘어나 의료진들의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지역 거점병원들에 따르면 건양대병원의 경우 내과 전공의 등 의사 5명과 간호사 4명, 원무팀 직원 2명 등 11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을 신종플루 관련 환자진료에 투입하고 있다.

충남대병원도 감염내과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다른 전공 전문의 10명과 전공의 50여명을 총동원하고 있다.

을지대병원도 지난달 22일부터 신종플루 환자들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자 총 4개의 진료실에 의사 4명과 간호사 10여명을 배치했으나, 같은 달 26일 하루 동안 1천명 이상의 환자가 병원을 찾는 통에 의사.간호사 등 총 40여명의 의료진을 투입해 밤 10시까지 진료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신종플루 진료 이외에 외래진료와 수술도 병행해야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특히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 말고도 신종플루 확진검사를 시행하는 진단검사의학과 소속 의료진도 나날이 쌓여가는 검체 검사를 위해 며칠째 밤을 새우는 등 24시간 풀가동되고 있다.

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이장영 교수는 "밀려드는 신종플루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정작 내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신종플루 환자 진료에 집중하다가 집에서 온 십여통의 전화를 받지 못해 생긴 에피소드였다"고 전했다.

충남대병원 유승 응급의학과장은 "환자가 급증하다 보니 의료진과 지원인력 모두 기존 업무를 놔둔 채 여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소속부서 업무에도 차질이 있고 신종플루 진료 일도 많이 밀려 있어서 굉장히 힘든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야간과 주말에는 신종플루 전담반을 구성해서 진료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응급실 환자들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일반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거점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이 줄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