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유통그룹 신세계(대표 구학서 부회장)가 계열사 임원들에게 전남 함평 총집결했다. ‘나비’로 성공한 함평군의 ‘창조경영’을 배우기 위해서다. 전국에서 모인 신세계 임원 80여명은 3일 함평군을 방문해 요즘 열리고 있는 국향대전과 함께 세계나비곤충엑스포 공원 등 함평군의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변변한 관광자원 하나 없는 함평군은 창의와 상상력의 산물인 ‘나비축제’를 국내최고 축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함평 나비축제는 1999년 시작해 매년 5월 함평의 나비와 자연을 소재로 펼치는 생태학습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2008년부터는 매년 10월 세계나비 곤충 엑스포와 국향대전까지 개최하면서 함평군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창의사관학교’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세계 임원들의 이번 함평행에는 이같은 사례를 거울삼아 창조적으로 뛰어보라는 최고 경영진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셈이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경영마인드를 도입하기 위해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사례는 흔했다. 그러나 기업이 지자체를 배우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경영기법의 최첨단을 달린다는 대형유통기업의 CEO가 계열사 전 임원들과 함께 지자체를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세계는 이번 현장 벤치마킹에 앞서 함평나비축제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책 ‘나비의 꿈’을 임원들에게 읽어보게했다. 지난 7월에는 이석형 함평군수를 그룹 본사로 초청해 ‘블루오션과 창조경영’이라는 주제로 전 임원대상 특강도 가졌다. 함평방문계획은 특강후 구학서 부회장과 이석형 군수가 대화중 전격 합의해 이뤄지게됐다.

이날 구학서부회장과 임원들은 나비곤충엑스포장에서 최근 쌀값이 폭락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과 광주 전남지역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함평 나비쌀 3000만원어치(20kg들이 625포)를 구매해 광주와 전남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구부회장은 “기업에게 있어 차별화는 필수이며 모방을 통해서는 절대로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며 “창조경영을 배워가기 위해 아이디어를 통해 차별화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함평을 방문하게 됐다”며 “신세계가 10년전 윤리경영을 선포하고 시행한 이후 많은 기업들이 이를 따라왔는데 함평군에 대한 기업들의 벤치마킹도 앞으로 줄을 잇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석형 함평군수는 “지난 12년동안 전 공무원들과 함께 나비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면서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축제 등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글로벌리더업체인 신세계임원들이 벤치마킹하러 찾아왔다고 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며 “신세계 임원들의 방문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제3,제4의 블루오션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더욱 더 전력을 다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함평=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
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