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반응 많아…학교들 "통일된 지침 내려줬으면"

정부가 3일 신종플루의 국가전염병재난단계를 최고 수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고 4일부터 대책본부를 가동하기로 하자 시민들은 뒤늦게나마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종플루 확산사태에 가장 시달려온 병원이나 각급 학교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가운데 학교들은 정부가 이번 조치를 계기로 통일된 지침을 내려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여주길 원했다.

물론 재난단계 격상에 불안감을 더 느끼는 시민도 일부 있었지만 `신종플루도 독감의 일종'이라며 지나치게 겁낼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시민 박재하(36)씨는 "확산한 지 꽤 지났는데 이제서야 정부 대책본부가 가동된 것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나"라며 "그래도 불안감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범정부적 대책이 나온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3남매를 키우는 주부 오현미(45)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마다 불안했고 휴교령도 학교에 재량권을 주는 것보다 통일된 지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공부도 중요하지만 치료가 우선이기 때문에 정부 대책본부가 전국적 휴교령 같은 대책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했다.

8살 아들을 둔 이지수(40.여)씨는 "휴교령만으로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아이들이 학원에 안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에도 휴교령 같은 걸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몰려드는 신종플루 환자로 인해 몸살을 앓았던 거점 병원들은 정부 대책본부 구성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넘쳐나고 거점병원에서도 진료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문제가 있었는데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적극적 조치로 업무가 체계적으로 지원돼 피해를 최소로 줄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도 "격상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이미 돌았다.

지금은 정부 판단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이 사안을 신중하고 신속하게 판단해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감염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일선 학교에서는 정책의 통일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모 초교 교감은 "상황에 따라 교육청에서 보내주는 휴교 기준 등이 매번 달라 학교 운영이나 학생 지도에 혼란이 있다"며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지침도 통일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난단계가 올라간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송파구의 한 고교 교감은 "격상됐다고 해도 우리는 현재도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하고 있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광진구 자양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백모(43)씨도 "약국 차원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없는 것 같다"며 "시민들이 동요하면서 불안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럴 때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염병 대응 단계가 최고 수위까지 올라가자 더 큰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지나친 공포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이경(33.여)씨는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가장 높은 단계까지 재난단계가 올라갔다니 걱정스럽고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반면 대학생 유모(27)시는 "신종플루도 결국 유행성 독감의 일종인데 환절기에 감기 환자는 늘 있어온 것 아닌가"라며 "나라 전체가 호들갑을 떠는 것 같고, 대책본부는 강제적 지침도 내릴 수 있다고 들었는데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