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직장인 박철홍(33)씨는 9월부터 매일 출근길에 직접 만든 홍삼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꿀에 절인 홍삼 절편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보면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직장에 도착하기까지 40여분이 훌쩍 지나간다.

박씨는 "아예 신종플루에 안 걸리는 게 상책이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인삼을 사들여 기계에 쪄 홍삼을 만들고서 진액을 뽑거나 절편으로 만들어 수시로 먹고 있다"며 "직장에서도 홍삼이 대유행이다"라고 전했다.

2일 시민사회에 따르면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신종플루가 창궐하면서 박씨처럼 홍삼 등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는 제품을 복용하는 시민이 많아지고 있다.

대학생 유정호(22)씨는 "수업에 들어가기 전 커피를 한 잔씩 했는데 1주일 전부터 집에서 싸준 도라지차를 먹고 있다"며 "몸에 열을 내 감기 예방에 좋다고 어머니께서 신신당부하셨는데 안 먹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주부 이지현(42)씨는 최근 몇몇 어머니와 함께 홍삼액을 공동구매해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으며, 임소정(51.여)씨도 자취를 하는 대학생 아들에게 황기 등으로 우려낸 한약과 비타민 제품을 보냈다.

맞벌이 부부인 조부영(37.여)씨는 최근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면역치료'를 한다는 유명 한의원에 들러 어린이용 한약을 지었다.

조씨는 "맞벌이 부부는 아이가 전염되면 대책이 없다"며 "주변 대부분 부부가 면역을 키우는데 좋은 한약이나 홍삼, 비타민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홍삼 제품 매출도 크게 늘어 올해 한국인삼공사의 홍삼이나 인삼제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20%가량 신장했고, 특히 어린이용 홍삼제품은 9∼10월 157억원어치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80억원)의 매출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백화점의 건강식품 매출도 급증해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전날까지 홍삼이나 인삼, 비타민 등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5% 늘었고 수험생을 위한 진공팩 포장 홍삼액과 씹어먹는 비타민의 판매량도 40% 가까이 증가했다.

이 백화점은 엿이나 초콜릿보다 건강식품을 수험생에게 선물하는 경향이 뚜렷해짐에 따라 수능 직전 이틀간 홍삼과 인삼, 로열젤리 성분을 강화한 비타민 선물세트 등의 물량을 늘릴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