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거점 약국 배포로 주민 불안 진정에 도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모든 약국에 공급된 지 이틀째인 31일 서울 일선 병원과 약국에선 '처방전 억지 요구'나 '약 사재기' 등의 혼란 없이 진료와 투약이 이뤄졌다.

종로구의 A내과 관계자는 "타미플루 처방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평소보다 20%가량 독감 환자가 늘기는 했다"며 "환자들이 증상 기준에 따라 처방전을 준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억지를 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B내과도 평소보다 타미플루를 찾는 환자가 늘었지만, 처방전이 발급되는 경우는 하루 6∼7건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일반 병원에서 신종플루 진단을 한 첫날인 30일 단순 감기 환자들이 막무가내로 신종플루 처방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이날은 정부와 언론의 홍보 덕분인지 병원측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영등포구 C내과의 원장은 "단순독감으로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나중에 진짜 신종플루가 걸려도 '예전에 (신종플루를) 앓아 약까지 먹었다'는 이유로 감염사실을 인정 못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약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면 모두 납득한다"라고 달라진 병원 상황을 설명했다.

당초 우려됐던 타미플루를 '사재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았다.

용산구 D약국의 약사는 "어제 3명, 오늘 3명이 약을 타갔고, 남은 물량도 넉넉하다"며 "처방전에 따라 주는 약인 만큼 미리 사려는 사람이 있어도 '원칙상 불가능하다'고 거절하면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5명분을 나눠줬다는 영등포구 대림동의 E약국 관계자도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다 처방전을 끊어주긴 하지만, 상비약으로 챙기려는 사례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동네 거점 약국을 중심으로 타미플루를 배포함으로써 시민의 신종플루 공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로구 계동의 F약국은 "처방전을 갖고 온 사람 자체가 없었다"고 전했고 강북구 수유동의 G약국 관계자도 "약에 대한 문의를 아예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내과 전문의는 "애초부터 동네 거점 약국이 타미플루를 배포했기 때문에 전 약국으로 약이 퍼진다고 수요가 갑자기 늘 이유가 없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환자들의 불안감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