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말만 앞세운 셈…시민들 분통

30일 서울 도심지인 종로구와 강남구에서는 처방전을 갖고도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 환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부터 모든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판매하라는 정부의 지침에도 '지역 내에 약국이 너무 많다'거나 '일손이 없다'는 사유로 보건소의 물품 배달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결국 `30일부터 약국에서도 타미플루를 구할 수 있다'고 했던 보건복지가족부가 말만 앞세웠고 시민들만 골탕 먹은 셈이 됐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9일까지 각 지역 보건소들이 모든 약국에 타미플루를 공급하도록 했지만 종로구 보건소는 자정까지 전체 약국 181곳 중 70곳에만 타미플루를 배송했다.

강남구에서는 같은 날 자정까지 한 곳에도 배송이 이뤄지지 못했다.

두 자치구에서는 예정보다 늦은 30일 오후 3~6시에야 지역 내 모든 약국에 타미플루 입고가 완료됐다.

이로 인해 처방전을 들고 지역 약국을 찾은 환자들은 약을 구하지 못하거나 타 자치구에 위치한 다른 약국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강남구 모 약국에 9살 난 아들의 약을 구하러 갔다가 헛걸음한 주부 최모(43)씨는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구할 수 있다는 보도와 달리 약을 준비해 둔 곳이 없어 몇 군데를 헤맸는지 모르겠다.

늦으면 늦다고 공지라도 해줘야지 일을 이렇게 처리하는 게 어딨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종로구는 "지역 내에 약국이 많고 약사들에게 투약 방식과 기준 등을 일일이 설명하다 보니 배송이 지연됐다"고, 강남구는 "29일 오후 4시께야 보건소에 약이 도착해 배송할 여건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마포구 등 다른 자치구에서도 일부 약국에 타미플루가 제때 배달되지 않아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마포구 보건소는 "약국에 일일이 배분하지 않고 각 구역별로 반장(거점) 약국에 나눠준 뒤 개별적으로 받아가게 했는데 아직 받아가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에는 25개 보건소에 5천여개의 약국이 있는데 약국이 밀집하거나 보건소 일손이 부족한 곳에서는 30일 오후까지도 배송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제때 준비가 안돼 안타깝지만 현실적 여건상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건소 일손 부족 때문이라는 복지부의 해명이 궁색해 보인 하루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