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로 커피 배달을 나갔던 다방 여종업원이 기지를 발휘, 상습 성폭행범을 붙잡았다.

지난 22일 오전 4시께 수원역 인근 모텔 203호로 커피 배달을 나간 다방 여종업원 A(25)씨는 커피를 시킨 투숙객 오모(25)씨의 인상착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수원에서 다방 여종업원으로 함께 일하며 알게 된 언니 B(32)씨가 최근 모텔로 커피 배달을 나갔다가 겁탈을 당하고 330여만원을 빼앗겼다는 말과 함께 조심하라며 설명해 준 범인의 인상착의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낀 A씨는 오씨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이 남자의 옷과 침대 주변 등을 뒤졌고 냉장고 안에서 오씨가 숨겨 놓은 흉기와 청테이프를 발견했다.

A씨는 순간적으로 '언니가 말한 범인'이라는 것을 직감, 화장실에서 씻고 있던 오씨에게 다방에서 급히 연락이 와서 잠시 다녀오겠다며 모텔 방을 빠져나온 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오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4명이 방 안에서 검문을 시도하자 옷을 입는 척하면서 옷속에 숨긴 흉기를 쥐고 저항하다 검거됐다.

조사 결과 오씨는 지난달 6일부터 지난 22일까지 대전과 구미, 김천, 수원 시내 모텔에서 커피 배달을 온 다방 여종업원 4명을 방 안에서 성폭행하고 모두 37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혐의를 부인하다 범행장면을 찍어 자신의 휴대전화기에 동영상 파일로 저장해 뒀다가 이를 증거로 추궁하는 경찰에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수원남부서 인계지구대 박명진(54) 경사는 "냉장고 안에서 흉기를 발견했을 때 많이 놀랐을 텐데 A씨가 침착하게 대응해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23일 강도강간 혐의로 오씨를 구속하고 휴대전화 사용내역 등을 토대로 오씨의 여죄를 캐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