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의 '국가비상사태 선언' 등으로 신종 플루 공포가 다시 확산되면서 26일 국내 신종 플루 거점병원은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전국 휴교령 검토'라는 소문까지 나돌자 정부가 휴교령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감염자와 휴업학교가 급증,신종 플루 공포는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강남 환자,여의도 병원 찾아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있는 건국대병원은 신종 플루 접수를 이날 오전 10시에 마감했다. 진료시간이 오후 5시까지인데 이날 오전 8시부터 환자들이 몰려 두 시간 만에 접수가 끝나버렸다. 이 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오전에만 200명 넘게 몰려와 일부 환자는 접수조차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도 이날 오전에만 500명 넘는 환자가 접수하는 등 진료대기실이 발디딜 틈없이 붐볐다. 이 병원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지난 21일 두 개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하던 신종 플루 진료센터를 늘리고 전문의 2명을 보강했지만 역부족이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데리고 이 병원을 찾은 서울시 잠원동의 김모 주부(39)는 "사는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어 이곳까지 왔다"며 "진료예약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한번 자기 차례를 놓치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확진진단서를 발급받으려면 여러번 병원을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동네에서 휴교 · 수업 '혼선'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신종 플루로 인한 휴업은 지역과 학교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전국 학교의 동시 휴업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 집단감염이 늘면서 일선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같은 동네에서 한 학교는 휴업을 한 반면 다른 학교는 수업을 강행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울 모 초등학교는 얼마 전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을 선언했다. 학교에서 10명의 신종 플루 확진환자가 발생,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다른 초등학교는 신종 플루 감염자가 10명 이상 발생했지만 여전히 수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 보니 한동네에서도 이처럼 휴업과 수업 강행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학생은 11월 중순 접종

신종 플루 우선 접종 대상자는 전 국민의 35%인 1716만명이다. 의료 종사자와 방역요원은 27일부터 접종한다. 초 · 중 · 고 학생은 11월 중순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최우선 접종을 요구했던 군인은 군의관 등 일부 접종요원을 제외하고는 노인 · 만성질환자와 함께 내년 1~2월 중에 접종한다. 일반인은 내년 1월 이후 민간 의료기관을 통해 백신 값과 접종비를 내고 맞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이종구 본부장은 "우선 대상자에게 접종되는 백신 약값은 무료"라며 "그러나 학교에서 단체 접종을 하는 학생(750만명)과 보건소에서 맞는 노인 · 의료급여 수급자 250여만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상자는 민간 의료기관에서 접종비 1만5000원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9세 미만 소아는 임상시험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 접종 횟수를 결정한다.

초 · 중 · 고교생 750만명의 접종은 보건소와 교육청 협의에 따라 진행된다. 다만 고3 수험생은 백신 부작용 등을 우려해 수능 이후 접종하기로 했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신종플루 의심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뒤 확진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아오던 충청권 초등학생 2명,경기북부 중학생 1명,영남권 70대 여성 2명이 사망했다"고 이날 밝혔다. 초등생 2명은 뇌성마비 등 장애인이며 중학생은 천식환자,70대 여성은 당뇨병 협심증을 앓아온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들이 모두 신종플루와 연관돼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 국내에서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은 25명으로 늘어난다.

김동민/정종호/이재철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