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투자자인 A씨는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의 B아파트 분양권 2개를 각각 7000만원에 계약했다. 14억원에 달하는 총 분양대금을 마련해 두진 못했지만 일단 계약금만 지급한 뒤 입주시점에 제3자에게 전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건설사가 입주기한을 못 지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씨 등이 돈을 내지 못하자 건설사는 올 6월 계약금 1억4000만원을 모두 몰수한 뒤 분양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다.

A씨 등은 "건설사가 당초 예정된 입주시기를 지키지 않아 전매대상자를 구할 수 없었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당초 그해 10월로 예정된 입주시기가 12월로 지연되자 자신들의 분양권을 살 예정이던 구매자가 떠나버려 전매가 불가능했다는 취지였다.

막대한 투자수익을 보기 위해 '독특한' 투자기법을 쓰다가 종자돈마저 잃어버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초보 투자자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W씨 등 수 명은 30억원이 훨씬 넘는 거금을 회수하지 못한 케이스.이들은 2005년 1~6월 한 민자역사에 사전 청약을 했다가 돈을 모두 날릴 위기에 몰렸다. 법적으로 정식 분양 전에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사전분양은 금지돼 있었는 데도 이들은 사전분양에 참여하면 나중에 정식분양할 때 가장 좋은 상가자리를 우선적으로 주겠다는 말에 넘어갔다. 이 민자역사의 이사였던 S씨는 "설계용역비 운영자금 등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사전분양을 한다"면서 전문투자자인 이들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그는 돈을 받은 뒤 잠적해 버렸고,시행사 측은 S씨가 회사와 관계없이 개별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S씨로부터 대표이사 도장이 찍힌 청약입금증까지 받았지만 돈을 찾을 길이 없었다. 협상을 통해서는 돈을 되돌려받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서울중앙지법에 최근 소장을 제출했다.

개발이 어려운 시골의 임야를 사서 잘게 쪼갠 뒤 매입가의 서너 배를 받고 파는 기획부동산을 운영하는 H사는 돈을 벌었다가 세금으로 더 많은 돈을 토해낼 형편에 처했다. 이들은 2007년 춘천시 등에 소재한 임야를 35억원 정도에 사서 분할판매하는 방법으로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땅값에 판매 · 관리비 등을 합해 모두 92억원의 비용을 지출한뒤 8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여기에 세율을 곱해 법인세 2억여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이들이 매각한 임야는 비사업용 토지로 양도소득세 중과대상이라면서 23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세금 부과에 당황한 H사는 서울중앙지법에 '법인세부과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기획부동산의 부동산을 매입해 돈을 날린 뒤 소송을 거는 사례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난 22일 기획부동산을 상대로 소송을 낸 K씨는 2006년 1월 기획부동산이 소개한 용인 소재 임야에 모두 1억원을 투자했다. 3년안에 100%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말에 몇 년 동안 모은 종자돈을 털어넣었다. 그러나 기획부동산이 쪼개서 판 땅 전체가 경매로 넘어가면서 그는 투자수익은 고사하고 겨우 1400만원 정도만 배당받을 수 있었다. 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기획부동산이 이미 파산한 상황이어서 소송에서 이겨도 돈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

부동산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는"부동산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들이 욕심을 부리다가 자기 꾀에 속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면서 "항상 높은 수익보다는 이면에 숨어있는 위험이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