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하천들이 되살아나면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산업화 · 도시화를 거치며 기피 대상이었던 도심 하천들은 생태하천으로 거듭나 시민들의 여가 ·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도심 하천 주변 지역은 아파트 건설 요지로 선호되고 있다. 도심 하천이 도시의 부가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되살아난 도심 하천

26일 오후 부산시 동래구 온천천 일대.걷고 달리는 사람,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시민들,유모차를 밀면서 한가하게 산책하는 젊은 부부들이 뒤섞여 보행이 불편한 정도였다. 하천에는 먹이를 찾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오리들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곤충도 눈에 띄었다. 인근에 자리잡고 있던 공단들이 옮겨간 자리에는 대형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오 · 폐수와 생활쓰레기로 접근 자체가 꺼려지던 죽은 하천의 대명사 온천천이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 힘입어 2급수 수질 수준의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지난해 부산으로 이사온 뒤 주말마다 온천천에서 산책을 즐긴다는 김영심씨(48 · 여)는 "공원이 부족한 부산 도심에 이만한 공간이 있다는 것은 복"이라며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한 데다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서울 청계천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 곽동식 팀장은 "온천천이 살아나면서 평일 1만3000여명,주말에는 3만여명이 찾는다"고 자랑했다.

천덕꾸러기에서 축복의 땅으로 변신한 도심 하천은 온천천뿐만 아니다.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들어서 밤마다 술판이 벌어지던 울산 태화강,주차장으로 전락했던 경기 안양천,쓰레기만 잔뜩 쌓여 있던 인천 승기천은 이제 해당 지자체의 대표적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하천복원의 비밀

애물단지 도심 하천이 하루 아침에 보물단지가 된 것은 아니다. 울산 태화강 정화사업 초기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들도 반신반의했다. "뭐한다꼬 수천억씩이나 쳐들이며 난리고…","그럴 바엔 도로나 더 만들어라" 등등 시민 비난이 적지 않았다. 박맹우 시장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경기도 안양천의 복원도 '안양토박이' 신중대 이필운 전 · 현직 안양시장의 남다른 안양 사랑이 이뤄낸 결실이다.

주민들이 하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에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했다. 최근 복원된 하천들의 공통점은 자연형 하천이라는 점.홍수 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강기슭 콘크리트 구조물을 뜯어내고 모래섬과 수초가 형성되도록 하는 등 생태하천으로 바꾸는 작업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곤충들 때문에 못살겠다. 풀을 걷어내라"는 민원이 쇄도했다. 경기도 안양시의 이명복 안양천살리기팀장은 "말다툼하다 멱살잡이까지 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요즘은 물고기들이 잠 잘 수 있게 밤에는 가로등을 꺼 달라는 민원까지 들어온다.

도심 하천 복원에 성공한 지자체들은 한결같이 '민 · 관 합동'을 성공의 키워드로 꼽았다.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의 최혜자 사무국장은 "하천 살리기라는 공통의 목표를 놓고 끊임없는 토론과 세미나를 거치는 동안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져 민 · 관 협동의 토대도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도심 스카이라인도 바꿨다

하천 복원에 따른 이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유훈수 인천시 하천환경팀장은 "하천을 하나 살리면 수변 생태공원이 만들어져 공원 10개 정도를 만든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천 주변 집값이 오른 것은 기본이다. 태화강 주변은 풍기는 악취로 슬럼지역으로 분류됐었는데 지금은 주상복합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노른자위 땅으로 탈바꿈했다. 한양아파트 등 부산 온천천 인근 아파트는 지역에서 선두권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안양천 상류 학의천 인근의 명진부동산 유용신 대표는 "대형 평수 아파트는 대부분 전망 좋은 안양천 쪽으로 건설되고 있다"며 "아파트 값도 10여년 전과 비교해 7~8배는 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천 복원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비용 대비 편익을 계산하기 위해 "발목까지 물이 찰 경우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까","수질이 좋아지면 수돗물 값으로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까" 등을 질문한다. 이런 질문을 통해 하천 복원 사업에 드는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나오면 비용 대비 편익이 1을 넘는다. 국토연구원 김종원 박사가 서울 양재천,부산 온천천,대구 신천,대전 유등천 등 4개 하천을 분석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은 1.34(온천천)에서 3.92(양재천)까지 모두 1을 넘었다. 김 박사는 "안양천의 경우 안양시가 하천 복원을 위해 4200억원의 비용을 들였지만 맑은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 등 높아진 시민들의 삶의 질을 돈으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김인완/부산=김태현/울산=하인식/안양=김병일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