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거주 10대 57% '소통 불능'

중국 도시 거주 10대 조선족들 가운데 57%가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될 정도로 우리 말 구사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단둥(丹東)에서 열린 조선족 언어문화 교육 발전 전략 학술심포지엄에서 김숙림(중국 중앙민족대 박사과정)씨는 '도시 조선족 언어사용 및 민족어 교육 발전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 발표를 통해 베이징 거주 10대 조선족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선어' 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가 올 상반기 베이징 거주 조선족 2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10대 응답자 37%는 '알아듣기는 하지만 말은 하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전혀 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20%에 이르는 등 57%가 '조선어'만으로는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은 80%가, 40-50대는 71%가 조선어를 이용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다고 답했지만 연령이 낮아질수록 조선어 구사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가정 등 일상생활에서도 10대 조선족은 중국어만 사용하는 경우가 40%에 이르는 반면 조선어만 사용하는 경우는 8%에 불과했다.

조선어를 배우는 목적에 대해서도 10대들은 20대 이상 조선족과 접근법이 크게 달랐다
20대 이상 조선족 80%가 민족어이기 때문에 당연히 배워야 한다고 응답한 것과는 달리 10대 응답자 가운데 민족어라서 배워야 한다는 응답은 53.5%에 불과했다.

26.5%는 장사나 취직을 위해 배워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20%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등 실용성을 강조했다.

배우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응답도 5%에 이르렀다.

10대 조선족의 조선어 구사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이유는 교육환경 탓이다.

옌볜(延邊)자치주를 중심으로 생활했던 조선족들이 개혁개방 이후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와 산둥지역으로 대거 진출했지만 조선족 학교 증가는 학생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조선족들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옌볜을 비롯한 조선족 자치지역의 조선족 학교 역시 1996년 1천200여 개에서 2005년 기준 400여 개로 감소하는 등 갈수록 줄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주류사회에 편입되기를 희망하는 조선족 부모가 조선족 학교보다 한족 학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족 학교에 다녀야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고 좋은 직장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조선족들은 갈수록 자녀의 조선족 학교 취학을 꺼리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60%가 조선족 소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고 답했으나 조선족 중학교에 다녔다는 응답은 20%로 줄어 고학년으로 갈수록 조선족 학교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논문을 발표한 김씨는 "중국어 위주의 언어 환경 탓에 조선어 사용이 갈수록 줄면서 한족 문화에 동화되고 있다"며 "언어를 잃게 되면 민족 정체성까지 상실된다는 점에서 민족 언어를 지키고 계승시킬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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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pjk@yna.co.kr